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거대정당 독식구조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 사례가 기초의원 한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가)와 (나) 두 명을 공천하는 경우다. 3명을 뽑는 대선거구나 심지어 2명을 뽑는 중선거구에 (가)와(나)를 공천하면서 두 정당 후보만 4명이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은 명함도 못내밀 구도인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중 (나)번을 공천 받은 후보는 실제로 유권자 선택에서 불이이익 온다며 항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번 후보들은 "나를 선택해 달라"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권자에게 선택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나)번 맨붕 극복하고 최선... 선한 영향력 전파하고 싶다"
26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넓은 어깨를 가진 청년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남구 가선거구(신정1동, 신정2동, 신정3동, 신정5동)에 출마한 임우철 구의원(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올해 34세로 민주당 울산시당 청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2030이 부각되는 현 상황에서 자신이 (나)번으로 공천받은 데 대해 처음에는 화가났지만 그 상황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고 했다.
유년기~청소년기 축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몸이 좋아졌다는 그는 어린시절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로 가정 환경을 들었다. 임 후보는 "어릴적 부유한 가정이었지만 IMF로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빛쟁이를 피해 도망다녔고 어머니와 단둘이 단칸방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여름엔 밖이 시원하고 겨울엔 밖이 더 따뜻한 단열 안 되는 집에 살았다. 집안의 수도도 얼어 녹이면서 사용했다"며 "이 때문에 청년이 되어 주거복지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주거복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정치와 행정이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봤다"며 "제 작은 선한 영향력이 퍼져 더 큰 선한 영향력으로 만들고 싶다. 주민이 행복한 동네, 즐거운 동네, 살기 좋은 우리동네를 만들고 싶다"고 구의원에 출마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악취 없는 신정동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다. "도시재생사업, 재건축, 리모델링 재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한 신정동 균형발전을 이루고, 공업탑로터리 일대 일방통행도로 개선하며 마을 주차장을 확대 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발로 뛰며 민원 수백 건 해결... (나)번? 여전히 발로 뛰겠다"
울산 남구 마선거구(달동, 수암동)에 출마한 최신성 후보(국민의 힘)는 현재 남구 구의원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도 이번 공천에서 (나)번을 받으면서 처음엔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최신성 후보는 "현재 5대 5의 구도인 남구의회 의석을 8대 2로 만들어달라는 당의 뜻으로 알고 새벽부터 밤까지 주민을 만나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나)번이 불리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가)가 우선인 것처럼 인식되는데다 투표용지에도 (나)번이 뒤에 찍혀 나와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 후보는 "지난 4년 간 수백 건 이상의 주민 민원을 해결하고 거리에서 발로 뛰며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으며 일했다"며 "(나)번이라는 이유로 주민의 선택에서 불리하면 되겠나"고 했다.
최 후보는 '신선로 65번길 도로확장', '신선산 전망대 설치', '동평 물놀이장 지하주차장 조기완공', '신정로 54번길 간이 배수펌프장'을 중요 공약으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