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28일 오후 3시 35분]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정비 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아무개군이 숨진 뒤에도 노동자의 희생은 계속됐다. 같은 해 이한빛 PD가 부조리한 방송 노동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지난 3월에는 동국제강 하청 노동자가 크레인 작업 도중 숨졌다.
28일 오전 구의역 대합실에서는 참사 6주기 추모식과 서울시장후보 생명안전시민 약속식이 열렸다. 약속식을 개최한 공공운수노조는 추모식이 열리는 자리에 별도로 서울시장 후보자 5명이 앉을 의자를 마련했다.
제일 먼저 권수정 정의당 후보가 도착했고, 이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가 속속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 후보는 선거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이날 약속식에 불참했다.
추모식에 온 후보들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사회적 참사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숨진 김군의 가방 속 컵라면이 떠오른다는 송영길 후보는 "김군의 억울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며 "서울시가 지하철공사의 차량 검시를 비롯한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는 등 박원순 시장 때와 달리 거꾸로 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이어 "시장이 된다면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교통공사가 안전하게 지하철을 유지 관리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며 "구조적인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문제를 개선하고, 제2의 김군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는 구의역 참사, 태안 화력발전소 참사 등을 언급하면서 참사가 나고 매번 명복만 비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권 후보는 "명복을 비는 과정에서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하지만 정치가 그것을 담당 못하고, 행정이 그것을 우선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명복을 빌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잠시 와서 얼굴 비추고 이렇게 약속하고 가는 게 아니라 이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삶이 스러지는 게 어떤 아픔인지를 느끼고 실천적으로 행하는 시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도 "일하지 않으면 어떤 안전망도 없어서 위험한 일자리로 출근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산재 사망 책임에서 기업에 책임을 더 묻는 것을 당연히 해야 하고,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 하는 것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불참한 오세훈 후보를 두고는 공개적인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추모사를 하면서 "오세훈 후보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오세훈 후보는 안전도시 건설 공약 홍보를 하면서 지하철 안전사고를 예방할 안은 내지도 않았다, 과연 서울시장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관련해 오 후보 측은 "행사 전에 비공식적으로 추모했다"고 밝혀왔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시민 생명안전 약속문에 나란히 서명하고, 김군이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으로 이동해 헌화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스크린도어에 손수 적은 메모지를 붙이고 헌화했다. 각 후보들이 적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근본적인 재정대책으로 교통공사의 위험 외주화를 막는 유능한 시장이 되겠습니다. 김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들이 지켜나갈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김군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비참한 죽음이 없도록 안전사회를 만드는 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
또다른 청년 김군이 스러지지 않는 안전한 서울,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당신의 꿈이 지켜지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