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표적인 여성 집중 산업인 서비스업, 음식업 등 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분야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일자리를 잃어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 중 여성노동자가 상당수라는 이야기다.
반면, 가정 내의 돌봄 노동 시간은 증가했다. 거리두기 강화로 학교, 유치원 등 공적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며 돌봄 노동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다시 한 번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성차별을 뼈아프게 일깨워주었다.
'근면성실'(근로·면접 시 성차별 실태) 프로젝트에서는 이 같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대상자는 '20대 여성'으로 설정했다.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20대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추측했기 때문이다.
설문 조사는 5월 4일부터 5월 17일까지 진행했다. 구글 폼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조사지를 만들었으며, 인스타그램, 에브리타임, 트위터에 배포해 총 64명의 응답자에게 답변을 받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응답자 64명 중 64.1%가 면접 과정에서 성별 때문에 부당한 취급을 당하거나,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대부분이 근로에 대한 불이익이 두려워서, 그리고 침묵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해서 항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9.7%가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이 충분히 성평등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노동시장에서 성 불평등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성차별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 시장이 불평등하다고 느낀 이유는 복수 선택을 하게 했는데, '근로 과정에 있어 성별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답변이 90.9%, '임금 격차가 큼' 72.7%, '여성에게 주어지는 채용의 기회가 불충분함'이 65.5%로 나타났다.
위 설문조사로 알 수 있듯, 여러 지표들이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입지가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또한, 면접과 근로 과정에서 남성들을 알게 모르게 우대하는 기업들에게 적절한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여성 우대로 인해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면 충분해질 것 같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답해 화제가 되었다. 남성 대법관이 9명일 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는데, 여성 대법관이 9명이 무슨 대수냐는 뜻이다. 우리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권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고대하며 근면성실 프로젝트의 막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