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잇따른 총기 사고에 자극받은 이웃 나라 캐나다가 강력한 총기 규제를 추진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0일(한국시각) 총기 소유와 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 법률이 시행되는 날이면 캐나다에서 더는 권총을 사고팔거나 이전할 수 없게 된다"라며 "캐나다 국민은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 놀라운 정도로 단결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18세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을 숨지게 한 참극의 충격 속에 나왔다.
트뤼도 "일상생활 하는 데 총기 필요 없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총기 소유자 대다수는 안전하게 총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스포츠 사격과 사냥 외 일상생활에는 총기가 필요가 없다"라며 "단호하고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총기 문제가 더 악화되고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국경 남쪽(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집행 기관 및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라며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의 총기 면허를 박탈하고, 5발 이상 대용량 탄창 매매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권총을 이미 보유하고 경우 별도로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캐나다 정부는 권총 소유자들이 지금도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예외를 뒀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이 법안이 권총의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캐나다 내 권총 수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르코 멘디치노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이번 법안은 총기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며 "(총기 때문에) 교실에는 빈 책상이, 식탁에는 빈 의자가 놓여있다"라고 호소했다.
캐나다는 더 강화하는데... 미국은 지지부진
앞서 캐나다는 텍사스 참사에서 사용된 AR-15와 같은 돌격 소총(휴대용 기관총)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민간에 유통된 권총을 정부가 거둬들이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환매 정책을 시작하는 등 미국보다 훨씬 강력한 총기 규제를 하고 있다. 2017년 퀘벡 이슬람 사원 총기 난사(6명 사망), 2020년 노바스코샤주 총격 난사(22명 사망) 등의 사건에 따른 결과다.
반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에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현장을 방문해 총기 규제를 호소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법안이 상원에서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보유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의 권한으로는 총기를 불법화할 수도, 신원조회를 강화할 수도 없다"라며 의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