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 소재를 두고 계파간 갈등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 후보이자 지방선거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재명 의원을 향한 일부 당내 인사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친이재명계'가 적극 반발하며, 대선 경선 당시 불거졌던 분란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이재명 의원의 정치적 경쟁자이자 친문계 좌장격인 이낙연 전 의원은 미국 출국을 앞두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
"모두의 책임? 책임 경중 흐리는 방식"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는 게 잘못이라는 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 의원은 "진짜 작전을 했던 이들이 작전 운운하고, 진짜 당에 깊고 큰 상처를 남긴 이들이 상처 운운하고, 더 큰 분열로 당을 몰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분열을 운운하는 세태가 한심하기만 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당내에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 몇 가지 있다"라며 그중 하나로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을 꼽았다. 그는 "책임의 경중을 흐리는 방식이다. 특정인을 거명하지 말라 한다"라며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둘러싼 이들의 잘못은 사라지고 '모든 문제는 당 내부의 구조에 있었다'로 귀결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을 거명하는 친문계 비판에 친명계 의원들이 반발하자 이를 꼬집은 것이다.
이어 "(그들의 주장은)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이제 평가할 필요가 없다. 반성할 이유가 없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제가 대선, 지선 평가를 차라리 외부에 위탁하자고 주장한 건 우리 내부가 위에서 밝힌 사유들 때문에 구조적으로, 고질적으로 자체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종민 의원 또한 같은 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재명을 지키자' 이런 식으로 자꾸 옹호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과연 '민주당 민주주의가 과연 이게 이대로 좋은 거냐'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이 문제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를 보면 계양을이나 서울시장 출마나 이런 결정들이 그동안에 정상적인 정당에선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며 "대선에 떨어지고 한 달 만에 또 출마한다? 이것도 우리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결정이 과연 '졌지만 우리에게 원칙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어서 어쩔 수 없다' '증거를 받아들이지만 우리는 원칙 있는 패배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내용도 민심에 어긋나는 거고, 절차도 민주적 절차에 어긋나는 거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민주당이 변화하고 쇄신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라며 "이것을 빼고 (이재명 의원이) 대선후보였으니까 우리가 보호하기 위해서 너무 공격하지 말자? 민주적 절차와 과정에 대한 비판, 토론은 반드시 해야 된다. 치열하게 해야 된다"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이라니"
반면,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남국 의원은 지난 4일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마치 '작전'하듯이 국회의원 10여 분께서 일제히 SNS에 글을 올리고, 일부는 방송에 출연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저격에 나섰다. 5일 신동근 의원이 '작전'이란 단어를 사용한 건 김남국 의원의 이 발언 탓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6월 3일 국회의원·당무연석회의에서의 발언 역시 잘 짜여진 드라마의 각본을 본 것 같았다"라며 "우리들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네 탓타령'만 가득했다. 반성보다 당권에 대한 사심 가득해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에 대한 쇄신에 대한 의지가 아니라, 계파의 이익이 먼저인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라며 "이런 '이재명 책임론' 논의가 선거 전부터 계속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도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어떤 의원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이재명을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고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며 "전국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보와 당원들, 지지자들은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때,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반발했다. 국민들이 "단 하루도 못 참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하고 계시다"라고도 덧붙였다.
김용민 의원 역시 4일 "외연확장, 중도확장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내부 결속부터 다져야 한다"라며 "그냥 지금처럼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정체성도 모호한 상태에서 중도층에 호소한다고 하거나 민생만 챙겨야 한다는 접근은 최근 모든 선거에서 진 이유를 여전히 모른다는 것"이라고 봤다. 직접적인 표현은 안 했지만, 이재명 의원을 향한 당내 반발을 '내부 총질'로 규정하며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미국행 앞두고 김대중 묘역 찾은 이낙연... 조기 복귀론?
한편, 이낙연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기 이틀 전.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님 내외분 묘소에 참배하고 출국 보고를 드렸다"라고 적었다.
이 전 의원은 "김 대통령님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깊은 사색의 말씀을 생각했다. 그 가운데서도 김 대통령님의 마지막 말씀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되새기고 싶어졌다"라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앞서 5월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묘소에 참배했고, 그 이틀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님 사저를 찾아 출국 인사를 드렸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7일 미국으로 출구하는 이 전 의원은 약 1년 정도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속으로 남북관계와 국제정치 등을 공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당내 갈등이 커질 경우 친문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조기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