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게이트'로 퇴진 위기에 몰렸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겨우 살아났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각) 영국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 359명이 참여한 신임투표에서 찬성 211표, 반대 148표로 신임을 받았다.
보수당 규정에 따라 과반인 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존슨 총리는 당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또한 앞으로 1년간은 신임투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존슨 총리는 신임 투표 후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좋은 결과"라며 "이제는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당이 언론의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분열을 끝내고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잇따른 방역수칙 위반... 야유 받은 총리 부부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총리 관저에서 방역 수칙을 어기고 생일 파티를 열였고, 성탄절에도 두 차례나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또한 총리실 직원들도 지난해 4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밤 가족 외에는 실내 모임을 금지한다는 방역 수칙에도 밤새 '와인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공식 사과했으나, 보수당 일각에서도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3일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존슨 총리 부부가 야유를 받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다음 총선에서 승리가 불안하다는 기류가 확산했다.
결국 최소 54명(15%)의 보수당 의원이 요구하면서 규정에 따라 이날 신임투표를 치렀고, 존슨 총리는 59%의 찬성률로 승리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오면서 존슨 총리의 국정 장악력에 금이 갔다는 평가가 더 많다. 이는 2018년 12월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기록했던 찬성률 63%보다 낮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물가상승 등 중대 현안이 많은 데다가 이번 말 보궐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총리 교체가 불안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존슨 총리를 대체할 유력한 후임자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 보수당의 고민이다.
영 언론 "총리 교체 논쟁 끝난 것 아냐"... 위기는 계속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번 신임투표 결과가 총리 교체 논쟁을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야당이 아닌 집권당에서 40%가 넘는 의원들이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보수당 내부가 여러 노선으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존슨 총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앞서 존슨 총리보다 높은 찬성률을 얻었던 메리 전 총리도 신임투표 후 6개월 만에 사임한 바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직무 수행을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에 그친 반면에 '못한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영국 <가디언>도 "이번 신임투표 결과는 최근 보수당이 현직 총리에게 내린 최악의 판결"이라며 "존슨 총리와 그의 측근들은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상당수 보수당 의원들은 그의 총리직 임기의 끝을 알리는 시작으로 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