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박사 논문 부정 의혹에 대한 검증과 판정을 미루고 있는 숙명여대와 국민대에 대해 "대학이 권력 눈치를 보며 꾸물대는 것은 교육기관 포기 행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공정한 배움터 되어달라"...1인 시위 이어 팩스 시위
숙명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3일까지 2주간에 걸쳐 '김건희씨 석사 논문 표절 조사 촉구 1인 시위'를 캠퍼스 앞에서 벌였다. 이 대학 동문들이 든 시위 팻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표절률 56%, 김건희 논문 표절 본조사를 위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즉시 개최하라!. 숙명은 공정과 진실의 배움터가 되어야 합니다."
후배들이 기말시험에 들어가자 숙명여대 민주동문회는 지난 4일부터 1인 시위 대신 팩스와 전자메일 시위로 시위 형태를 바꿨다. 민주동문회는 지난 8일 이 대학 장윤금 총장에게 보낸 팩스에서 "숙명여대 비전인 '세계최상의 디지털 휴머니티대학'의 기본은 연구논문에 대한 공정성"이라면서 "외압이나 정치적 문제가 아닌 학문의 전당으로서 위상을 보여 달라. 이것이 김건희씨 논문 표절에 대한 투명하고 분명한 규명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는 김 여사 석사논문에 대한 예비조사를 지난 2월 14일 끝내놓고도 본조사 결정을 위한 회의를 넉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장윤금 총장은 지난 4월 14일 숙명여대 민주동문회에 "코로나19 등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곧 회의가 열리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지만, 그 이후에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유영주 숙명여대 민주동문회장은 11일 <오마이뉴스>에 "예비조사를 했으면 이후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안 한다는 것은 스스로 권력 눈치 보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숙명여대 검증 행위를 미루는 것은 정권의 보복 등 후폭풍과 교육부 지원금 중단 등을 겁내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대] 3월 논문 검증 끝내놓고 판정 절차 진행 안해
김 여사 논문에 대한 판정 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국민대도 마찬가지다. 국민대는 김 여사 박사 학위 논문 등 4편에 대한 검증을 지난 3월 31일 끝내놓고도 두 달 반이 다가오도록 판정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대가 김 여사 논문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때는 지난해 7월이다. '조사 불가' 번복을 감안하고 재조사위가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기간만 따져도 7개월이 다가오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국민대 연구윤리위 규정 위반이란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 규정은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관련기사
국민대, 김건희 논문 부정 의혹 판정 '6개월 기한' 넘겼다 http://omn.kr/1z6k0).
우희종 교수 "김건희 논문 검토 결과 비공개는 비정상적"
우희종 서울대 교수(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학은 공공성을 지닌 학문의 장소이기에 연구 윤리에 관한 의혹이 있는 한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특히 학위 논문은 향후 교단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기에 독창적 연구 내용과 함께 높은 연구 윤리가 더욱 강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교수는 "국민대와 숙명여대가 김건희 석·박사 논문 검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는 매우 비정상적이며, 교육기관이자 학문의 장소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면서 "결국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기에 매우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