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사 푸른팬시는 지난 2020년 10월 '아바타코디스티커'(과거 인기 있었던 옷입히기 스티커 장난감)를 시작으로 과거 인기 있었던 고전 애니 슈가슈가룬, 캐릭캐릭체인지 다이어리를 재출시하고 있다. 출시된 제품들은 '고전 애니' 상품으로 10~15년 전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과거 상품들이 2030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푸른팬시사의 재출시 계획은 2005년 푸른팬시사에서 네이버 지식인에 게시한 선호 디자인 수요조사글에 15년 후인 2020년 달린 한 답변에서부터 시작됐다. 2020년 네이버 지식인에서 한 인터넷 사용자는 과거 좋아했던 만화나 문구들이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준다면서 과거 유통되었던 상품들을 재생산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이 답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결국 푸른팬시사에서는 이 지식인의 답변을 계기로 10~15년 전 유행했던 문구류들을 재출시하게 됐다.
그와 동시에 오래된 문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오래된 문구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중고거래상에서 마니아들은 오래된 문구를 '고전문구'라고 칭한다. '고전문구'란 일반적으로는 오래전에 생산되어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문구를 말한다.
고전문구는 수요층에 따라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정도까지로 그 생산기간을 특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해당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을 이유로 거래되고 수집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고전문구를 찾는 이들은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문구'로 고전문구를 정의한다.
악성 재고가 유행의 중심으로
고전문구가 중고거래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원가 5000원 정도의 다이어리가 약 10만 원의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고전문구를 해시태그로 매일 수많은 상품이 게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된 문방구에서의 고전문구의 가치도 달라지고 있다.
대전에서 문구점을 30여 년간 운영한 김OO씨는 "근 5년간 과거의 문구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5년 전 출시된 미니카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오래전 출시된 영아트, 꼬마또래 제품들을 찾는 20대 고객들도 많다. 재고를 발견하면 연락을 달라고 명함을 주고 가기도 한다"며 고전문구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오래된 문구들을 창고에 쌓아두었는데 요즘에는 어린이들이 찾는 최신 문구들과 고전문구를 구분하여 뒷쪽에 전시를 해두었다. g.o.d, H.O.T 같은 90년대 가수 엽서나 공책을 사가는 사람들이 새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상품들을 집에 전시해두고 추억을 느낀다고 얘기해줄 때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문구점의 악성 재고에 불과했던 고전문구가 마니아들의 보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사용이 아닌 수집과 관람의 목적으로도 고전문구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고전문구는 MZ세대의 건전한 회귀
고전문구 수집가 겸 중고거래 개인상점 운영자 박OO씨는 그 이유를 MZ세대의 현실과 소비행태에서 찾는다. "2030 소비자들은 녹록지 않은 취업시장과 노력을 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사회현실을 살았다. 새로운 것을 얻으며 행복을 얻기보다 과거에 행복했던 기억들을 추억하며 즉각적인 행복을 얻고자 한다. 그래서 사회생활의 부담이 없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고전문구를 찾는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한 "'내돈내산'의 형태로 어린 시절에는 쉽게 살 수 없었던 고전완구(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완구들)를 구매하고 수집하며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수행해나가는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현재 생산되지 않고 희소가치 있는 상품들을 소지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며 고전문구의 인기 이유를 말했다.
이처럼 고전문구는 젊은 세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다. 과거의 추억 한 조각이 젊은 날을 위로하고 미래로 나아갈 힘이 되어 준다면 지금의 고전문구 열풍은 MZ세대의 건전한 회귀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