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이 있는 녹조로 인해 썩은 악취가 진동했다. 녹조의 농도는 채수용 유리병을 물 속에 선뜻 넣기 힘들 정도로 짙었다. 특히 녹조 사체 덩어리가 쌓여 마치 '유화'를 그려놓은 듯한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19일 확인한 낙동강의 모습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낙동강네트워크와 함께 경북 고령 우곡교부터 합천 창녕보, 합천~의령 박진교, 창녕 함안보, 창녕 남지철교, 함안 칠서취수장, 창원 본포취수장 등을 직접 살펴봤다.
이날 낙동강 곳곳은 강 가장자리인 좌안(상류에서 하류로 바라볼 때 왼쪽편), 우안뿐만 아니라 중앙까지 녹조가 점령하는 등 온통 녹색을 띠고 있었다. 우곡교 부근과 합천 창녕보 상류에는 녹조가 죽은 사체 덩어리가 한데 모여 마치 '유화'를 그려 놓은 듯했다. 또 녹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인 폭기장치가 우곡교, 창녕 함안보, 칠서취수장, 본포취수장에 설치되어 가동되고 있었다.
현장 조사에 나선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6월 중순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강이 온통 녹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에 녹조가 가장 심했던 때가 2018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독성 성분인 '남세균'이 126만셀이나 검출되어 그야말로 공포였고, 당시 부산 수돗물 취수 중단 위기 상황까지 갔다"며 "올 여름도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2018년 상황이 재발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임 위원장은 "2018년 8월 낙동강은 조류경보제 최상위 단계가 발령되어 강물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넣은 듯 끈적끈적했고 강물 표면에는 녹조가 쌓이고 쌓여 두텁게 층을 이루었다"며 "어제와 오늘 낙동강 상황을 보니 딱 그 당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녹조 재앙 닥치기 전에 수문 즉각 개방"
낙동강네트워크는 '녹조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생긴 8개 보의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조는 수온이 높고, 오염물질 유입에 물 흐름이 없이 정체되면 발생한다.
낙동강네트워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 녹조 재앙이 닥치기 전에 낙동강 수문을 즉각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현재 낙동강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낙동강물로 키운 상추, 쌀, 무, 배추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이 검출되어 온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당시의 낙동강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녹조 대란을 겪었던 2018년 낙동강 녹조 발생 양상과 너무도 흡사하다. 창원시민의 수돗물 취수장이 있는 본포교 상하류는 강 한가운데까지 녹조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녹조 독성물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들은 "독성 물질은 피부병, 간질환, 심장질환, 뇌질환까지 유발하고 심지어 정자수를 감소시키고 난자에 영향을 주는 무서운 물질"이라며 "그런데도 그 누구도 시민들에게 건강과 안전에 대한 경고와 주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취재 중 일부 시민들이 녹조가 있는 남지철교와 본표교 쪽에서 고무보트를 타는 등 물놀이를 하거나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낙동강네트워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정부는 녹조 완화를 위해 지금 당장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고 취양수시설 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조류경보제 발령시 국민들의 레저 활동을 전면 금지하라"며 "녹조 관련 농업용수, 어업 등에 대한 피해대책과 관리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 물금·매리 이어 함안 칠서 지점에도 경보
한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6일 오후 3시를 기해 낙동강 함안 칠서 지점에 조류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조류경보제는 조류로 인한 피해 최소화와 상수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칠서지점에서 유해 남조류세포수가 조류 경보 '관심 단계' 발령기준을 초과함에 따라 경보를 발령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7일 남조류세포수가 2752셀(세포/㎖), 13일 7795셀을 보였다. 환경부는 조류경보제에 따라 남조류세포수 1000세포/㎖ 이상이면 '관심', 1만셀 이상이면 '경계', 100만셀 이상이면 '대발생'으로 분류해 관리‧조치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칠서지점의 관심 단계 발령은 5월 이후 20℃ 이상 유지되는 높은 기온과 지속되는 가뭄으로 인한 체류시간 증가, 6월 초 강우로 인한 영양염류의 수계 유입 등으로 유해남조류 증식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현재 낙동강은 칠서 지점뿐만 아니라 지난 2일부터 경보 발령이 난 물금‧매리 지점과 함께 관심 단계가 더 늘어났다. 박재현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강우량이 적고 높은 기온이 지속되고 있어 유해남조류가 증식될 우려가 있는 만큼 먹는 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최선을 다해 조류 발생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낙동강유역환경청청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취‧정수장의 원‧정수에 대한 조류 독소 검사, 활성탄 교체 주기 단축 등 정수처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