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대폭 인상'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는 근로자·사용자 위원들은 오는 21일 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각각 제시한다.
고물가 시대, 최저임금 1만 원 이상으로 오를까?
다음날로 예정된 최저임금위에서 경영계(사용자측)는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위기를 들며 매년 동결이나 인하안을 고수해 온 경영계는 올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조짐은 감지됐다.
지난 16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류기정 사용자 위원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고, 여러 사정을 감안해서 최저임금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최저임금 동결 주장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는 경영계에 유리한 환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시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반대, 차등 적용을 주장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후보자 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는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고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간당 1만 원 이상의 최저임금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안정론'을 주창했던 같은 회의에서 이동호 근로자 위원은 "높은 물가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도탄에 빠질 것"이라며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속해서 최저임금 1만 원대를 주장한 노동계는 지난 4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내년 필요한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보다 29.5% 높은 1만 1860원으로 추산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위기" vs.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노동계의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20일 6차 회의를 앞두고 부산의 20여 개 단체로 꾸려진 부산민중행동 준비위는 부산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곧 월급"이라며 적극적 인상을 요구했다. 김순애 부산여성회 대표는 "최저임금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남녀 임금 격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크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2년부터 내내 최고라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 문제를 짚은 김 대표는 "특히 여성 노동자 52.3%가 저임금 노동자인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생계가 최저임금에 달려있다"라고 부연했다.
청년들은 생활 물가를 설명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했다. 신수한 부산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한 주 40시간 꼬박꼬박 일해서 191만 원 벌면 월세 50만 원, 관리비 10만 원, 휴대폰 요금 10만 원, 식비 70만 원, 교통비 6만 원, 4대 보험과 근로소득 30만 원이 세금으로 기본적으로 날아간다"라며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했다. 그는 "청년들을 생활고로 다 죽게 할 생각인가. (경영계는) 적당히들 하라"라며 반복되는 동결 논리를 일축했다.
최근 부산과 제주 등에서 열린 2022 차별철폐대행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한 구호로 등장했다.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촉구 서명운동, 증언대회로 국민적 여론 조성에 공을 들였다. 대구는 이달 초 노동·시민사회·정당이 한데 뭉쳐 최저임금연대를 출범했다. 선언문에는 "노동자에게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공정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라는 요구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