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향후 진로를 도모하고자 의원 155명이 머리를 맞댄 1박 2일 워크숍이 끝났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치열한 자기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복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그 '혁신'의 깃발을 들 인물이 이재명인가, 아닌가를 두고 당 안팎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충청남도 예산군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 행사를 마친 뒤, 이재명 의원은 참석 소회를 묻는 취재진에게 "많은 분들의 좋은 의견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별 토론에서 불출마 얘기도 나왔는데 어떻게 바라보는가'란 질문에는 "음…"이라고 잠시 말을 고른 다음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만 답변했다.
"전당대회 관련 입장은 언제쯤 밝힐 계획이십니까?"
"전당대회 관련 많은 의견을 들었다고 했는데, (출마 여부에 관한) 생각이 섰는지요?"
기자들은 자리를 떠나는 그에게 계속 물었지만, 이재명 의원은 또 다시 입을 굳게 닫고 퇴장했다.
이재명, 경제 얘기만… 홍영표 "불출마 요구, 무겁게 받아들여"
전날 같은 조에서 분임토론을 했던 홍영표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재명 의원이나 나나 (당대표에) 출마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그런 것들을 판단해보자고(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선 48명 중 34명이 '누구도 나오지 말라'는 뜻을 밝히지 않았나. 제가 4선하도록 재선 중에서 그렇게 정치적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며 "그 정도로 당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데 다 무시하고 '내 길 가겠다'는 건 과연 당에 도움이 되겠나. 저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재명 의원 반응은 어땠나'란 질문에는 "이재명 의원께서야 하여튼 뭐… 있잖아요,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자신은 "재선 3분의 2가 이례적으로 그런 입장을 밝혔는데, 우리가 이것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국민들의 요구"라며 "민주당이 3연패했는데 정말 새로운 리더십으로 우리를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을 전당대회에서 꼭 만들어내야 한다는 열망에서 나온 것 아닌가. 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조 일원이었던 고용진 의원 역시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저희가 국민들에게 보여야 될 것은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태도, 모습이고, 리더십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뀌어 가야 된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책임 있던 분들이 연이어서 선거에 패배한 마당에 다시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인물이 다시 출마하는, 그리고 특정계파의 수장들이 출마하는 이런 것은 결국 당의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하지만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가 '분열'로 흘러가는 것 또한 민주당에겐 부담이다. 이날 전략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은 조별 토론 결과를 종합 발표하며 "어떤 전당대회가 되어야 하는가"라며 첫째로 "통합의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당내 통합을 도모하면서 국민을 지키고 국민과 함께 하는 강력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전대여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다"며 "지도부 구성도 대표성, 다양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선출됐으면 좋겠다더라"고 했다.
'분열' 양상은 부담… 민주당의 눈높이·체질 고민도 깊어
조 의원은 또 선거 평가와 관련해 "세 가지 잣대가 필요하다. 국민적 눈높이, 당원과 지지자들의 눈높이, 당을 이끌고 가는 핵심 당원의 눈높이"라며 "우리의 눈높이는 어디에 맞춰져야 하냐는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사안에 따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데 부족했다"며 "그게 대표적으로 드러난 게 공천과정이었다. 그래서 국민들 보기에 부족했고, 상대를 이길 수 없는 구조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도 많다. 조 의원은 "계파를 해체하냐 마냐 하는데, (다 떠나서) 당내 조직이나 인간관계를 새로 구성하는 게 필요하지 않냐는 문제의식들이 강하다"며 "강력한 기득권 중 하나가 연고로 인한 기득권, 지역과 운동권이냐 아니냐, 어떤 정부를 같이 했냐"라고 했다. 이어 "이 세 가지 연고의 강력한 기득권을 깨야하는 것 아니냐. 또 당내조직은 국민이 요청하는 이슈나 의제로 재구성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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