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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게 맞아주시는 박경리 선생님. 사진 속 뒷모습은 박 선생님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 선생님.  반갑게 맞아주시는 박경리 선생님. 사진 속 뒷모습은 박 선생님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 선생님.
반갑게 맞아주시는 박경리 선생님. 사진 속 뒷모습은 박 선생님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 선생님. 반갑게 맞아주시는 박경리 선생님. 사진 속 뒷모습은 박 선생님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 선생님. ⓒ 이부영
 
김지하는 1973년 4월 7일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金玲珠)와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32세, 신부는 28세, 저항시인과 <토지> 등 저명한 소설가의 외동딸, 김 추기경의 주례… 일반인들에게는 부러운 혼사였다.

물었다.
"각오할 수 있겠소? 고생이 심할 텐데……."
대답했다.
"그만한 각오가 없을까 봐서요?"
물었다.   
"때론 아주 오랜 이별이 있을 수도…."
대답했다.
"어차피 편안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아요."

유신헌법 공포 직후다.
장모님이 며칠만 숨어 있게 해달라는 나의 간청을 거절했을 때 아내는 자기의 그 좋다는 운수를 반 쪼개 나에게 주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 한다. (주석 1)

시대의식이 남달랐던 김지하는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 그리 두지 않았다.

신혼의 자유 곁에서 나는 두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하나는 민중생존을 위한 광범위한 교육과 조직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차원을 달리하는 정치적 저항의 큰 물결을 조직하는 일이었다. 곧 건국대의 김병태 교수와 이후재 교수로부터 농업경제학과 협동론 등의 강의를 통해 배우고 현장의 일을 보고회를 통해 자세히 듣고 토의과정에 개입하는 일이었는데,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농어민과 노동자 영세민의 계몽을 위한 선전 드라마를 쓰고 만드는 것이었다. (주석 2)

희곡 <진오귀>는 이때 집필되었다. 전통 농민굿으로 악귀를 쫓아내는 내용이다. 극장이나 무대가 아닌 마당에서 탈춤 형태로 극화하는 것이었다.

"문화운동패의 아우들, 임진택ㆍ 채희완ㆍ홍세화 등을 서울에서 불러내리고 원주의 연극인 장상순 선배 등과 힘을 합쳐 원주 단구동 교육원 마당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주석 3)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10월 17일 느닷없이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해산해 헌법 기능을 마비시키고, 야당의 정치활동은 전면 봉쇄하는 친위쿠데타를 감행했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지 11년, 1971년 4.27 대통령 선거로 제8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년 반만에 또다시 헌정을 짓밟고 독재권력을 강화했다. 

전제군주를 노린 유신체제였다.

선명한 야당 정치인ㆍ정직한 문인ㆍ학자ㆍ언론인이 희생양이 되는, 한국현대사의 암흑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희생양 중에는 김지하도 들어있다. 이제까지의 탄압이 예비고사 형식이라면 이제부터는 본고사가 시작되었다. 

유신쿠데타 초기에는 개헌 등 체제정비와 거물급 정치인들을 구속ㆍ재판을 하느라 아직 문화계 쪽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8월 8일 중앙정보부는 일본에서 반유신 활동을 하는 김대중을 수장시키려다 미수에 그치고 국내로 납치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과 첨예한 외교 갈등을 빚게 되었다. 

김지하는 9월에 일본의 경제침략을 성토하는 <분씨물어(糞氏物語)>를 발표했다. 이 작품을 <똥바다>로 개제되어 일본 <세계(世界)>지 1974년 8월호에 게재되었다. 한 대목이다.

 프라시틱 미소와 약간의 선물과
 좋았던 옛날의 노랫소리에
 고요히 고요히 아주 고요히
 조선놈은 천진하게 잠이 든다네, 야마도여!
 일본도를 뽑아라, 약탈하자 착취하자!
 바닥까지 긁어서 끝장내어 버리자!
 제휴도 합작도 그 어느것도
 식민으로 치닫는다 제국이여 만세!
 아아 평화와 우정의 천사
 그 이름도 그리운 친선방한단! (주석 4)


주석
1> <회고록(2)>, 267쪽.
2> 앞의 책, 274쪽. 
3> 앞과 같음. 
4> <김지하 담시 모음집>, 202~203쪽, 동광출판사, 1985.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지하#시인김지하평전#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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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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