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저임금 노동자를 볼모로 전체 노동자를 희생시키겠다는 결정인가."
소상공인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다."
2023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60원 인상된 9620원(시급, 월 201만 58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 9620원을 통과시켰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 인상된 금액이다.
"명목상 5%일 뿐, 결국 삭감"
30일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조형래)는 성명을 통해 "올해도 사용자 대표들은 중소 영세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이유로 동결을 주장하는 등 과거와 다르지 않은 입장과 행태를 보였다"며 "여기에 더해 업종별 차등 지급 적용을 요구해 논란을 더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창 논의 중인 시기에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였다"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견제구를 날렸다"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 시대에 모든 것이 다 올랐다. 임금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정부 구상도 기가 찰 일이지만, 사회적 합의체이자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심의위 운영 기간에 이런 발언을 스스럼없이 던지는 경제 수장의 행태는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며 추경호 부총리의 행동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인상률 5%가 갖는 사회적 함의는 무엇인가. 명목상 5%일 뿐 실질적으로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더해지면 삭감된 것이다"라며 "올랐지만 받는 돈은 줄어드는 웃픈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고물가 시대 5%라면, 그보다 상회하는 임금을 받는 나머지 노동자들에게 그 이상의 인상은 없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국 인플레이션 시대에 노동자의 희생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고비용 사회로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면서 민영화 추진을 내비치고, 공공요금 인상을 거론하면서, 노동자들의 지불 여력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이미 오른 물가에 각종 이자 비용까지 더해져 노동자들의 통장과 지갑은 얇아질 대로 얇아졌는데, 더 이상 무엇을 더 내놓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5.0% 인상도 수용 못해"
반면 경남소상공인연합회(회장 신영철)은 입장문을 통해 "소상공인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사업주의 93.3%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고통 분담과 속도 조절 차원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라며 임금 인상을 반대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심의위는 지난 6년 동안 최저임금을 무려 42%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고,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신영철 회장은 "최저임금 결정에 지불능력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현실을 규탄한다"며 "최저임금 산출 기준에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반영될 때까지 생존권 사수와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가 이뤄지는 그날까지 투쟁의 길에 앞장 서겠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