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영업시간 제한도 없애고, 실질적으로 사적 모임도 제한을 풀면서(10인) 사회적인 분위기는 코로나 이전으로 급격히 돌아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무엇으로? 배달 콜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데이터이긴 하겠지만, 3, 4월 배달비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3월 9일부터 4월 5일까지 4주간의 총합이 89만 763원
- 4월 6일부터 5월 3일까지 4주간의 총합은 71만 9385원
20% 이상 수익이 급감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5월에는 다른 일 때문에 배달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카톡방이나 온라인카페를 가끔 볼 때마다 들려오는 콜사(콜이 죽었다) 소식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배달 노동자들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었을 것입니다.
배달 노동 3년 차로 접어드는 저로서도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이전에는 아무리 콜이 없어도 오토바이 라이더들까지 30분 이상 콜이 없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5월에는 이런 기사도 뜨기 시작했습니다.
'월 1000' 배달 기사는 이제 꿈…오토바이 매물 쏟아진다(5월 16일, 서울경제)
매일 3000개의 중고 바이크 판매 글이 올라오고, 이 중에는 3000킬로미터도 안 탄 바이크도 많다는 것. 코로나 기간에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구매한 뒤 1~2년도 안 돼 처분하는 주인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당연히 배달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배달 3사(배민, 요기요, 쿠팡)의 배달 주문이 약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나의 20% 수익 하락이 배달 주문 감소치와 같다는 게 신기합니다만 우연일 테지요. 하지만 배달 주문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추세인 건 사실이고 그에 따라 배달 노동자들의 숫자도 줄어드는 것도 사실인 듯싶습니다.
다가오는 장마철이 분기점
2021년 11월에는 플랫폼 노동자가 코로나 때문에 3배 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되었습니다. 이 조사에서 플랫폼 노동이 주업인 경우(수입의 50% 이상이거나 주당 2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 배달 노동자 비율이 82.3%였습니다. 그러니까 코로나로 인해 플랫폼 노동을 선택했다면 대부분은 배달 노동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유입된 노동자들이 이제 코로나가 풀리는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바야흐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가 된 지금 1만 5000원을 제시해야 겨우 알바 노동자를 구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며 최근의 노동자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노동 형태, 노동의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나 감정 노동의 유무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노동을 선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배달 노동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감정 노동을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배달 노동 대신 다른 일을 소개했을 때 선택을 망설인다면 이 이유가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곧 장마가 시작됩니다. 올해는 조금 일찍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장마철에는 그나마 콜이 없진 않을 겁니다. 다만,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얼마나 수익 차가 발생하냐에 따라 배달 노동의 이탈 정도가 결정될 겁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최근에 배달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코로나가 극심했을 때의 배달 수익을 듣고 들어왔다가 기대치보다 적었기 때문에 이탈하고 있을 거고, 장마와 더위에도 기대만큼 수익이 안 난다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우리동네딜리버리 우친'을 설치했습니다. 올리브영, GS25 편의점 등에 들어온 주문을 배달해주는 배달 앱입니다. 단가가 그리 세진 않지만, 소소하게 가끔 콜사일 때 선택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설치했습니다. 아마, 배달 노동을 하는 많은 사람이 서너 개의 배달 앱을 설치했을 것입니다. 배민, 쿠팡, 우친, 해주세요, 카카오 T 픽커 등··· .
세상의 모든 것이 배달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갈수록 이런 노동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본의 전략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호응하는 노동자들의 선택 이유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모든 배달 노동자가 앞으로 다가올 장마와 더위의 터널을 무사히 안전하게 건너가길 기원합니다. 화이팅!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올라잇' 꼭지에도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