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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에세이 수준의 짜깁기 논문을 약탈적 해외학술지에 게재한 것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서울대 교수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해외의 주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고 게재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교수 출신 후보자들이 장관 인사청문회에 올라오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학술논문과 관련된 문제들입니다. 어떤 후보자는 제자의 노력에 숟가락만 얹기도 하고, 어떤 후보자는 책임연구자라는 지위를 활용하여 특별히 기여한 바 없이 공동연구에 자신의 이름을 끼워 넣습니다.

어떤 후보자는 자신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표절한 적이 있고, 어떤 후보자는 자신의 연구실(통상 Lab이라고 부르는)에 소속된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비나 연구실행비를 횡령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다른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사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논문에 출처 표시 없이 인용함으로써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연구나 학술논문과 관련된 부정행위는 너무 많고 다양합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자료 조작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구부정행위 시비는 그동안 한국연구재단을 중심으로 한 학술공동체의 자정노력에 의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학위논문과 학술논문, 대학교재 등의 단행본 등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발각되었을 때 큰 이슈가 될 만큼 잦아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일반 사회구성원들은 이런 일들을 보면서 대학교수들을 잠재적인 연구부정행위자들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런 연구부정 이슈가 아니라 하나의 학술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이 세계를 낯설게 느낄 수 있는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각 교수나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고 학술논문을 쓰게 되는 상황은 천차만별이지만 전형성에 따라 기술하려 합니다.

또한 저는 사회복지학의 범위 안에서 연구를 수행해 왔기 때문에 사회복지 연구자로서 제 경험을 토대로 쓰고자 합니다. 따라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공학, 문화예술, 의학 등 다른 학문, 그리고 심지어 사회과학의 다른 학문과도 꽤 큰 차이가 있음은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학술논문을 게재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할 것입니다.

 
 연구는 어딘가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흐르는 지식의 물결입니다.
연구는 어딘가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흐르는 지식의 물결입니다. ⓒ 권지성
 
연구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연구와 '남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된 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돈, 즉 연구비가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데 돈이 필요하다면,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드물지만 자신의 사비에서 빼서 쓰거나 소속대학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여 연구비를 신청하거나 자유주제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비지원기관에 연구비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소속 교수들에게 매년 일정액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고,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내부심사를 한 뒤 대부분 통과시켜줍니다. 외부 연구비지원기관들은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통과해야 하고, 연구비 지출을 철저히 증빙해야 하며, 반드시 학술논문 등 성과를 내야합니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는 것이죠.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비 지원금액은 1년에 2000만원 정도입니다. 공동연구는 규모가 더 커지고, 연구경력별 사업과 주제 등에 따라 총액은 달라집니다. 책임연구자는 이 2천만 중에서 최대 480만원(월 40만원)을 자신의 수입(연구활동비)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생이나 석박사 학위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을 연구보조원으로 활용하면서 그 인건비로 1000만원 정도(석사과정의 경우 최대 월 180만원)를 쓸 수 있습니다. 나머지 500만원 정도로 실제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게 되겠죠.

이제 남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되는 경우를 설명하겠습니다. 매년 3-4월 정도가 되면 전공분야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부처나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단, 국책연구기관, 민간기관의 연구팀 등에서 연락이 옵니다. 이러저러한 주제로 연구를 수행하려고 하는데,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직접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고, 이미 내정된 다른 교수의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과 여력, 의지가 있으면 참여 의사를 밝힙니다. 그러면 연구진이 꾸려지고 역할을 분담하면서 연구를 계획하고 추진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연구비의 범위는 천만원 이하에서 수억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개별 연구에서 연구자인 교수가 1년 동안 수입으로 얻을 수 있는 연구활동비는 대략 400만원 정도이고, 전체 연구비 규모에 따라 적으면 200만원, 많으면 1000만원 정도까지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 진행, 제안부터 실행까지

연구를 진행하기로 확정되었으면 연구윤리위원회(IRB)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소규모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은 내부에 동료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윤리위원회가 있으며 외부심사위원을 몇 명 포함해서 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구윤리 심사를 신청하면 결과를 받기까지 대략 한두 달 정도 걸립니다. 연구윤리 허가를 받게 되면 정해진 날짜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3월에 연락을 받아 연구팀을 꾸리고, 4월 중순까지 연구계획을 확정한 뒤 연구윤리심의 신청을 하고, 5월말이나 늦어도 6월 중순, 1학기가 끝나기 전까지 허가를 받으면 6월말부터 연구작업이 시작됩니다. 물론 이 시기와 절차도 실제로는 천차만별입니다.

사회복지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②프로그램을 수행하여 평가하거나 ③정부산하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등이 이미 모아놓은 자료를 가공하여 분석하거나 ④사람들(연구대상자 또는 연구참여자라고 부릅니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요즘 교수들은 앞의 두 가지 방식은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뒤의 두 가지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관에서 이미 모아놓은 수치 자료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양적 연구, 인터뷰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질적 연구라고 부릅니다(물론 실제로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만 거칠게 분류하면 그렇습니다).

방학 동안, 양적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은 직접 또는 대학원생들을 시켜서 자료를 가공하고 통계 프로그램을 돌려서 분석하고, 문헌들을 검토하고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합니다.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은 많은 경우 자신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여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질적 연구를 주로 하는 저는 몇 년 전 여름방학 기간에 80명 가깝게 인터뷰한 적도 있습니다.

이 정도만 써놓으면 우아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아닙니다. 현실에선 여러 차례의 회의에서 논쟁하고, 연구비를 주는 갑의 요구에 반응하고, 연구보조원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속이 시끄러워지며, 연구비 지출 증빙작업을 하는 등의 자질구레한 과업들로 꽉 차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호수에 우아한 척 앉아있는 백조의 수면 아래 어수선한 발놀림을 연상하게 합니다.

방학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2학기에 들어서서 강의와 교내 업무, 외부 활동들과 병행하여 분석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연구중심대학의 교수들은 연구에 전념할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중심대학의 교수들은 강의와 학생지도, 교내업무, 심지어 학생모집 등을 위한 외부활동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이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다수의 연구는 이르면 10월말, 대체로 11월말,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최종연구보고서를 발간해야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는 갑의 요청에 의해 중간보고회나 최종보고회를 가져야 하고, 학술대회 발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여하간 최종보고서가 발간되고, 연구비 정산을 마무리하면 공식적인 연구절차는 끝나게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교수가 노력을 많이 들이는 작업은 이렇게 연구를 수행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이 연구보고서 자체는 연구실적으로 크게 포함시켜 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대학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실적은 역시 전문학술지에 게재하는 학술논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이라는 기관이 학술지들의 등급을 평가하여 인증하고 있습니다. 등재학술지와 등재후보학술지, 일반학술지 등으로 나눕니다.

물론 등재학술지의 등급이 가장 높으며, 거의 모든 대학들은 등재학술지와 등재후보학술지만을 연구업적으로 인정해 줍니다. 그러니까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겠죠? 지난 10여년간은 해외전문학술지(사회과학에서는 SCI, SSCI 등의 등재 여부로 등급을 나눕니다)에 투고하고 게재하는 수와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들이 해외학술지 게재논문의 업적점수를 2배 정도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하간,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학교수들은 등재(후보)학술지에 학술논문을 투고합니다. 이 논문들은 대체로 위에서 기술한 연구작업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종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겨울방학을 거치면서 교수들은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를 다시 분석하거나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편집, 수정보완하여 10쪽에서 35쪽 사이, 대략 25쪽 분량의 학술논문을 작성합니다. 연구보고서가 보통 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학술논문으로 만드는 작업도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학술논문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투고할 학회와 학술지를 정하고, 그 학술지의 양식에 따라 편집한 뒤 원고모집 기한에 맞춰 투고합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역할이 정해집니다. 전체 연구프로젝트에서는 공동연구자였더라도 해당 연구주제를 전담하고, 학술논문으로 만드는 과정을 주도하면 보통 제1저자가 되고, 프로젝트 담당자는 교신저자가 됩니다.

국내 학술지에 투고하면, 해당 학회는 편집위원회를 거쳐 각 투고논문의 심사위원 3명씩을 선정하고 심사를 진행합니다. 마감기한에 맞춰 투고했다면 대략 한 달 반에서 두 달 사이에 심사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결과는 게재 가능, 수정후 게재, 수정후 재심사, 게재 불가 등으로 나뉩니다.

투고한 교수가 바라는 수준은 수정후 게재 이상입니다. 심사위원들의 사소한 지적사항들을 반영하여 성의 있게 수정하기만 하면 편집위원장이 통과를 시켜주기 때문입니다. 게재불가를 받으면 심사의견을 반영해서 다른 학술지에 투고하면 됩니다.

통상 교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경우는 '수정후 재심사'입니다. 심사의견을 반영해서 수정보완을 한 뒤에 그 판정을 내린 심사위원(거의 모두 익명의 동료교수)들로부터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성의껏 고치면 통과시켜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연구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등재학술지들의 심사통과율은 대체로 40%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기준에 포함된 게재율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심사를 해보면 그 정도의 결과가 나옵니다. 즉 한 번의 학술논문 모집에 10편이 투고되었다면, 그 중에서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하여 게재되는 논문은 4편 이하라는 것입니다. 쉽지 않죠? 사회복지학에서도 이 게재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 교수들은 서로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엄격하게 심사하면서, 자신의 논문이 게재불가 판정을 받으면 지나치다고 불평하는 것이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서로에게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논문을 투고하는 연구자는 교수 외에도 석박사 학위소지자나 대학원생, 현장 실천가 등 다양하지만, 심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현직 대학교수들입니다. 자신의 논문에 대해 3명의 동료교수가 평가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한 내용을 읽고, 그 의견을 반영하여 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한 뒤에 다시 심사를 받고, 그에 대한 최종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교수들은 동료 연구자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공감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학교수들은 전공학회들이 주최하는 각종 학술대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연구논문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장이야 말로 궁극적인 지적 향연의 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로는 매우 제한된 시간 내에 발표하고 10여분 정도의 토론 의견을 듣고 답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늘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기사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학술논문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들을 검색하고 짜깁기해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교수에게 학술논문은 자의든 타의든 지적 호기심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하는 지난한 탐구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또한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최소한 연구보조원인 대학원생의 손과 발을 빌려야 하고, 동료연구자들과 생각을 조율해야 하며, 연구를 설계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치열한 머리싸움이며, 오랜 시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머리를 쥐어짜며 보고서와 논문을 써내려가야 하고, 동료교수들이 난도질해 놓은 심사결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존심을 추스르고 다시 글쓰기를 해야 하는, 고통스럽지만 보람 있는 해산의 과정입니다.

한편, 학술논문을 투고하고 게재하는 과정에서도 돈이 들어갑니다. 대충 투고비는 10만원, 게재료는 용역수주연구의 경우 30-40만원입니다. '약탈적'이라고 부르는 학술지들은 논문을 쉽게 통과시켜주면서 이런저런 항목으로 50만원 이상의 게재료를 받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은밀한 맥락을 찾아서#학술논문#대학교수#연구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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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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