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망으로 큰 충격에 빠진 일본이 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치른다.
일본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이며,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으며, 이번 선거로 125명(보궐 1명 포함)을 선출한다.
일본 의회는 하원 격인 중의원이 참의원보다 의사결정에서 우위에 있다. 참의원이 법률안을 부결하더라도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중의원은 총리가 해산을 선언하면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반면에 참의원은 임기가 보장된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졌으나, 이틀 전 아베 전 총리가 선거 유세 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애도 정국'으로 급변했다.
앞서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자민당-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무난히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다가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연립 여당에 동정표까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등 개헌 세력... '개헌 발의' 3분의 2 유지할 듯
일본 NHK에 따르면, 이날 야마나시현에서 가두 유세에 나선 기시다 총리는 전날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현직 총리로서 아베 전 총리의 뜻을 받아들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의원 선거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치를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가나가와현에서 "아베 전 총리와 긴 시간 정권을 함께 하며 여러 업적을 쌓았다"라며 "앞으로도 아베 전 총리가 추진했던 많은 과제를 이뤄내겠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후쿠시마를 방문해 "이번 선거를 통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고 새로운 답을 내야 한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이 55~65석(요미우리신문), 56~65석(아사히신문), 53~66석(마이니치신문)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공명당은 10~15석, 12~15석, 10~14석을 가져간다는 전망이다.
기존 의석수를 합하면 자민당-공명당이 최소 133석에서 151석이 된다. 과반인 125석은 물론이고 선거 전 139석(자민당 111석, 공명당 28석)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는 자민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개헌안 발의 요건인 전체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과 방위력 강화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시절 평생의 과업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일본 언론도 가세했다. 보수 성향의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사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패권주의 강화,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운데 일본의 안보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사회적 격차가 벌어지고, 민주주의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라며 "이번 선거는 정부가 소득 재분배 정책을 어떻게 강화해나갈 것이냐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역대 정권은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춰서 부유층과 기업의 부담을 줄여줬다"라며 "자민당은 공약집에 '사회 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일반론만 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향성은 없다"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황금의 3년'... 한일관계 개선 나설까
만약 이번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의 압승을 이끈다면 앞으로 3년간 전국 선거가 없어 이른바 '황금의 3년'을 누리게 된다.
총리직에서 물러났으나 자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서 '상왕' 노릇을 해왔던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게 되면서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자신을 총리직에 앉혀준 '아베파' 우익 세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색된 한일관계에서도 취임 후 줄곧 강경 대응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한층 더 강력하게 국정을 장악하게 되면 아베 전 총리나 전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달리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