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일본 공영방송 NHK 개표 상황과 출구 조사를 종합하면 이번에 새로 뽑는 125석(보궐 1석 포함) 가운데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11일 오전 4시 기준으로 각각 63석, 13석을 확보했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아 있는 기존의 연립 여당 의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하면 최소 146석을 확보하게 되어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인 125석을 훨씬 넘겼다.
일본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248석이다.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전체 의원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중의원(하원)은 총리가 해산을 선언하면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반면에 참의원은 임기가 보장된다.
'황금의 3년' 맞이한 기시다... 자기 정치 펼치나
이번 선거는 자민당이 줄곧 지지율 선두를 유지한 데다가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했고, 불과 이틀 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을 당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보수표가 결집했다.
기시다 총리는 NHK 개표 방송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서거를 언급하며 "선거 기간 중 어려운 일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승리를 격려로 받아들이고 큰 책임감을 느끼며 정치를 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2016년, 2019년 선거에서는 후보 단일화로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던 야당들이 이번에는 단일화가 부진한 탓에 무당파 표심이 분산되면서 자민당이 어부지리의 이익을 얻게 됐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중간 평가로 여겨졌던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게 됐다.
특히 앞으로 3년간 중·참의원 등 전국 선거가 없어 이른바 '황금의 3년'을 맞게 되면서,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정치적 기반이 약해 강경 우익 세력의 눈치를 봐야 했던 기시다 총리가 본격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설지도 주목할 점이다.
다만 <마이니치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선거 승리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당내 정세가 급변하면서 앞날이 더 불투명해졌다"라고 전했다.
'개헌 세력' 3분의 2 의석 확보... 개헌 급물살?
한편, 이번 선거에서 '개헌 세력'으로 분류되는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전체 의석 3분의 2(166석)를 유지하면서 일본 정계 최대 쟁점이었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패권주의 확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등을 내세워 헌법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고 긴급사태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가 전쟁포기, 전력 보유·교전권 불인정을 규정하고 있어 군대와 유사한 조직인 자위대의 역할에 위헌 논란이 불거지자 아예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야 한다는 것이 자민당의 주장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개헌은 지난 정기 국회에서도 논의가 활발했다"라며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회 내 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구체적인 발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헌 세력 내에서도 구체적인 개헌 내용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가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