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지역장 김성남, 이하 충청노련)는 10일 오전 10시 옛 대전 동구청 자리였던 청소년 위캔센터 앞에서 '고 윤창영 빈민해방열사 23주기 추모제 및 노점상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대전역 지하도 한 켠에서 노점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장애인 윤창영씨는 1999년 7월 7일 대전 동구청의 단속에 팔고 있던 물품을 모조리 빼앗겨 버렸다. 동구청을 찾아가 물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항의했으나, 돌아온 것은 물품이 아니라 욕설과 멸시였다. 인권모독을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당시 대전 동구청 앞에서 휘발유를 온몸에 뿌리고 분신을 기도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나흘만인 7월 10일 사망했다.
김성남 충청노련 지역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사회적 약자였던 윤창영 열사는 먹고사는 것 밖에 몰랐던 우리 노점상인들의 가슴에 투쟁의 불씨를 남기고 가셨다"면서 "구청의 단속에 저항할 수 없던 노점상인들이 열사로 인해 사람답게 살 투쟁의 의지를 갖게 됐고 인권이란 말조차 찾을 수 없던 무자비한 용역깡패 앞에 한없이 작아지던 노점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외치며 당당히 사회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전히 전국의 노점상인들은 불법과 탈세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남 지역장은 "우리는 이 오명을 벗기 위해 민생 3법 중 하나인 '노점상 생계보호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면세의 대상이지만, 정정당당히 세금을 납부하고 노점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전했다.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은 "누구도 처음부터 노점상이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면서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거리로 나가 장사를 하게끔 만들었고, 세상의 멸시에도 우리는 당당하게 거리에서 장사하며 스스로의 삶을 주인답게 살아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노점상이 직업으로 인정받고,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써 자주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며 '노점상 생계보호특벌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대사에 나선 김율현 대전민중의힘 상임대표(민주노총 대전본부장)는 "열사 정신 계승은 단지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윤창영 열사의 투쟁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물가 폭등, 민생위기에 맞서 민중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고 사회공공성에 대한 국가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에 힘있게 나서자"고 호소했다.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도 "노점상 생존권 쟁취는 노점상에 머무르지 않고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회적 약자가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고 배제되는 이유가 되기에 연대해 투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에서는 각계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김병국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권력이 생존을 위협하고 민생을 탄압할 때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고, 윤창영열사추모사업회장을 맡았던 김규복 빈들교회 원로목사도 "당신은 살아남은 우리를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바꾸고, 좋은 것을 지키고 가꾸는 의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등대요 횃불이 됐다"고 전했따.
이날 행사에서는 경기정 충청노련 여성국장의 헌시 낭독과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노래공연 등도 진행됐다. 대회는 투쟁결의문 낭독으로 마무리됐고, 참가자들은 윤창영씨 영정 앞에 헌화했다.
23년 전 분신 사건 직후 대전지역의 노동자, 학생, 시민, 노점상인들은 '윤창영 열사 분신 사망 진상규명 및 민중생존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노점상 생존권 투쟁에 나서 동구청장의 사과를 받아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창영씨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열사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윤창영 열사 추모사업회'를 결성하고 매년 7월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추모제와 노점상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함께 진행하면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와 '세상을 바꾸는 대전민중의 힘'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