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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6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6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제 저는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3년간을 버텨 왔지만, 우리는 미래를 열지 못했습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저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중략) 이제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당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수습 국면에서 부각된 '심상정 책임론'을 일부 수용했다. 정의당이 12일 공개한 당 의원단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평가서를 통해서다.

심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은 당의 '10년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석호 비상대책위원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평가서를 각각 제출했다. 참고로, 한 비대위원은 지난 11일 "1기 정의당 실패는 '심상정 노선'의 실패"라며 "1기 정의당 노선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민주당 의존전략'이었고 기층 대중은 방치한 채 성장하겠다는 '대중의 바다 전략'이었지만 둘 다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 의원은 평가서에서 "저는 정의당에서 당 대표 두 번, 대선후보 두 번을 했다. 정의당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별 행위자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면서 이러한 지적에 동의했다. 또한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면서 세대교체를 비롯한 당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당시 판단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했다. 그는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오판으로 진보 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일전에도 거듭 사죄드린 바 있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특히 당내 일각의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평가와 성찰과 분발을 촉구하시더라도, 주요한 책임의 몫은 저에게 돌려주시라"고 호소했다(관련 기사 : "조용한 쇄신은 없어... '비호감1위 정의당', 그게 가장 무서웠다" http://omn.kr/1zrfi ).

민주당 2중대·'페미 정당' 논란에 대한 입장은...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과 강은미·심상정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부터)과 강은미·심상정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반성만 있었던 건 아니다. 최근 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혁신은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면서 소위 '민주당 2중대', '페미 정당' 논란 등의 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다시 설명했다.

심 의원은 먼저 "닥쳐오는 선거에만 집중한 나머지 (당의) 자강을 위한 노력이 늘 뒷전으로 밀리게 된 것이 오늘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제가 가장 뼈 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논란을 빚었던 '조국 사태' 당시의 판단 이면엔 '당의 집권전략 혹은 인식의 불일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조국 장관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언론과 국민들께서는 선거제도와 협상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당시 그 결정을 이끌어낸 직접적이고도 중대한 고려사항은 당내 여론이었다"며 "당시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조국 장관에 대한 승인 입장을 갖고 있었고,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최소 4천 명에서 8천 명 당원들의 대량 탈당이 예측됐다. 당 대표로서 총선을 앞두고 거의 분당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규모의 조직 균열을 내재한 입장 차이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과의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오랜 기간 지속된 당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당의 비전과 전략을 또렷이 해나가는 열린 토론을 통해 의지를 최대한 통일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과 일부 의원들이 노동 이슈보다 젠더 이슈를 더 중시한 것이 문제'라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당의 그 누구도, 성평등 이슈에 앞장섰던 의원들도 노동보다 젠더 가치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민감한 성폭력 이슈가 많이 터졌고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많이 부각되었고, 그에 대한 백래시로서 '페미당'이라는 공격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노동 및 민생이슈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일이지, 성평등 노력이 과했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의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이 상황에 저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몸을 낮췄다. 다만, 그는 "양대 선거 패배와 당의 위기 앞에서 당원들의 좌절감과 허탈감, 분노가 얼마나 클지 충분히 이해한다. 또 비례 의원들에게 여러 공과 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당의 실존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을 따지자면 그동안 이 당을 이끌어온 리더들의 책임이 앞서야 한다. 그 중에서도 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주요한 책임의 몫은 저에게 돌려주시라. 더욱 더 깊이 성찰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책임질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상정#정의당#민주당 2중대#비례대표 총사퇴#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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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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