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출현 또는 현실화가 목전에 있고, 일부는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표 현장에서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이 한 말이다. 그 후 한 달여 동안 또 많은 일이 일어났다.
6월 07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6월 14일, 법무부 검찰 직제개편안 입법 예고
6월 22일, 법무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단행
6월 27일, 법무부 일명 '검수완박' 법안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6월 28일, 법무부 고검검사급 인사 단행
그리고, 아직 검찰총장은 공석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 소장 말을 빌리면 '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출현한 것은 아닐까.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도래했다"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오 소장은 "기존 정치 틀 안에서 검찰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가 기존의 검찰공화국이었다"면서 "이제는 검찰의 업무 수행 방식, 즉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방식이 국가 통치체계를 점유하게 된 것 아닌가,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도래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범죄가 된다, 안 된다', O 아니면 X라는 방식으로 어떤 문제를 극단의 각도로 보는 게 검찰의 업무수행방식"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국가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면, 조정이나 타협, 사회적 합의가 낄 여지가 없어진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는 세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검찰공화국에서 시민은 검찰"이고, "공화국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검찰과 같은 시민권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 소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 인사를 주도하고 있고, 일종의 진영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사정보관리단 설치할 때도 그렇고 '법치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식의 '합법' 논란이 늘 따라다닌다. 법을 핑계로 다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탈법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법의 해석 권한을 무기로 하는 것이 탈법치"라면서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검찰수사권 재조정 법안'(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상황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입법부 재량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인정되기 때문에 헌재가 법무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하면서 "법무부 목표는 기각이다. 각하와 달리 기각은, 그래도 다툼의 여지는 있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국회 직격한 법무부 "'검수완박' 법안, 민주주의 위배" http://omn.kr/1zk2j ).
이어 오 소장은 "부패·경제 범죄 개념은 아직 법적으로 확립된 상태가 아니"라면서 "법무부가 헌재 기각 이유를 근거로 검찰청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2대 범죄 내용을 최대한 늘리면, 기존 특수수사 권한을 거의 줄이지 않고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각하'만 안 되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결국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결과가 그 다음 만들어질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법치적 공격'을 막을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오 소장과의 주요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검찰의 업무 수행방식, 국가 통치체계 전체 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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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병두 교수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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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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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30일 '문재인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 발표 현장에서 "이미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 출현 또는 현실화가 목전에 있고, 일부는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우선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그들의 공화국을 지칭하는 말이다. 시민과 무관하게 독자적이고 완결적인 정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 결정과 법 집행이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검찰공화국이라고 했다. 기존 정치 틀 안에서 검찰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이 없는데 이뤄졌다. 법무부에서는 인사 검증을 한다. 검찰 출신이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하고 금융감독원장도 한다. 한동훈 장관이 취임 당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그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의견이 다를 때 의미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관리자와 집행자가 한 사람이 된다? 당연히 오판의 위험성이 있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 가능성도 없어진다.
검찰 출신, 정치적 능력이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통령으로) 간 상황 아닌가. 게다가 현직 검사를 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끌어올렸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검찰의 업무 수행 방식, 즉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국가 통치체계 전체를 점유하게 된 것 아닌가. 새로운 형태의 검찰공화국이 도래한 것이다. 이건 '진보냐 보수냐' 이런 문제가 아니다."
- 검찰의 업무 수행방식이 국가 통치체계 전체를 점유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첫째, 수사라는 게 뭔가. 범죄가 되는 것만 수사할 수 있다. 위법이 있다고 다 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방식으로 시정할 수 있다. 수사는 중대하게 제재를 가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건 '범죄가 된다, 안 된다, O·X 방식이다. 어떤 문제를 극단의 각도로 보는 방식이다. 둘째, 기획수사·인지수사 방식이다. '나쁜 거 같다'는 이런 감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문제는, 몇 년 동안 공들인 수사인데 뭐라도 하나 어떻게든 기소해야겠다는 욕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굵직한 정치적 사건인 경우 그런 일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국가 정치·경제·사회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해보면... 조정? 타협? 사회적 합의? 이런 관념이 낄 여지가 없다. 새 검찰공화국에서는 세모(△)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 시민들은 검찰식 통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렇게 되는 거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 시민은 검찰이다. 그 공화국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검찰과 같은 시민권을 가질 수 있을 거다."
- 5월 30일 참여연대 검찰보고서 발표 이후 한 달 여 만에 또 많은 일이 있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출범했고, 직제개편안 입법이 예고됐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됐다. 새 형태의 검찰공화국, 이미 출현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시민들에게, 그 영향이 닥치지는 않았으니까. 태풍이 올 걸 아는데, 아직 여기는 바람이 안 부는 상황이라고 할까."
"한동훈 장관, 진영을 짜는 게 아닌가... '탈법치' 의심도"
- 새로운 검찰공화국으로 가는 속도, 당초 예상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
"매우 빠르다. 준비가 돼 있고, 전체 그림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 전체 그림이라면?
"'수사-기소 일체론'이다. 검찰수사권 재조정 법안 일명, '검수완박법'은 기능적으로 검찰에서 수사권한을 빼낸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기소를 했는데 법정에 출석할 증인 이야기를 검사가 들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럼 이게 기소인가, 수사인가. 그래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에서 얘기하는 것이 조직 분리안이다. 검찰에서 수사를 할 수 있는 직접 수사 인력을 빼자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을 분리하면 서로 견제가 가능하다. 협의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수사협의체다. 그런데 '수사-기소 일체론'은 기능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조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걸 섞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일명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했다.
"왜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을까. 오는 9월 10일 시행될 검찰청법 시행령 때문이다. 일단, 지금 심판 당사자는 입법부와 행정부인데, 입법부 재량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검찰청법 개정안'이 그걸 넘어섰다고 보긴 어렵다. 따라서 헌재가 법무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법무부 목표는 기각이다. 각하와는 다르다. 각하는 한 마디로 법무부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지만, 기각은 그래도 다툼의 여지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검찰 수사 개시 범죄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었지만, 부패·경제 범죄 개념은 아직 법적으로 확립된 상태가 아니다. 헌재 기각 이유를 근거로 검찰청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2대 범죄 내용을 최대한 늘리면, 기존 특수수사 권한을 거의 줄이지 않고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각하'만 안 되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 한동훈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장관이 사실상 검찰 인사를 주도하고 있지 않나. 일종의 진영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검찰의 행위를 제3자적 시각에서 비판적·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 법무장관이) 그런 위치에 서 있는 거냐, 그렇지 않다'는 우려가 크다.
인사정보관리단 설치할 때도 그렇고 법치를 얘기하는데, 실제로는 '법치에 맞느냐, 안 맞느냐'는 이런 식의 '합법' 논란이 늘 따라다닌다. 정작 시민들을 위한 법치인지 아닌지, 이런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법을 핑계로 다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즉 '탈법치'가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권력기관이 권력을 행사할 때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한 장관이) 이 부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검찰이 과잉수사를 했는데, '검찰이 알아서 수사한 거다'라고 '쿨하게' 법치라고 해버리면, 그거는 '탈법치'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헌재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결과가 그 다음 만들어질 검찰청법 시행령에 대한 '법치적 공격'을 막을 근거가 될 수 있다. 역시 '탈법치'다. 법이 아닌, 법의 해석 권한을 무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엄격한 법치가 아닌, 그들만의 법치. '법이 있으니까 안 될 게 뭐가 있느냐'는 법치."
"공수처 무력화, 많이 걱정된다... 검찰 견제할 유일한 기관인데"
-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당시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법조계 일부에서 대두됐다.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공수처, '새 검찰공화국'에서 안녕할까.
"공수처 무력화, 걱정이 많이 된다. 인적·물적 조직이 작다보니 경찰 수사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는데, (수사 인력들이) 많이 철수한 상태다. 경찰과 협조가 잘 안 이뤄지면 수사력 자체가 확 줄어든다. 보안 문제도 걱정이다. 수사 내부 정보가 새기 시작하면 공수처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데, 검찰 수사를 적절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에 하나 공수처가 법무부 산하로 가게 된다면, 그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법무부 산하 공수처 주장은 아마 검찰 출신 법조인들이 했을 것이다. 검찰을 견제하는 조직 자체를 싫어하니까."
- '검찰 정치(검찰-언론-정치 복합체)'가 검찰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새로운 검찰공화국'에서는 이런 검찰 정치가 당연히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한동훈 장관의 '아이돌화'만 봐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오히려 주목할 것은 이해 관계에 따른 윤석열 정부와 일부 언론 사이의 분열 조짐이다. 윤 정부의 검찰공화국적 성격은 검찰이 주도해서 언론-정치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그건 일부 언론 입장에서는 칼자루가 넘어가는 것이다. 불편하지. 최근 윤 정부에 대한 보수신문 칼럼을 보면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는 것 같다. '과거와 입장이 달라졌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윤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언론 권력 주도권을 일정 정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데, 이 대목에서 '윤석열-한동훈'으로 대표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수사-기소 일체론'에 대한 불안감이나 반감이 검찰 내부에서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검찰 정치'는 강화될 것이다. 강화는 되는데 그만큼 이익도 커지니까, 그걸 놓고 분열이 생길 수 있다."
- 결국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법이라는 걸로 포장해서 진실을 은폐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준전문가에 가까운 식견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졌다. '카더라' 같은 걸로 적당히 덮을 수 없다. 그만큼 검찰 권력이 시민들에 노출되는 빈도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시민적 감각에 따른 상식적 의문들이 해명돼야 할 것이다.
언론은 실체에 대해 적나라하게 써줬으면 좋겠다. A란 사람이 '법치'라고 하면, (그것만 쓰지 말고) '저 사람은 왜 이 상황을 법치라고 하는지', '그의 법적 선택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래야 '직업 전문가'들에게 그만한 권력을 주는 게 맞는지,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 논리로 얘기하는 것이 정말 정의로운지,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