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상승률이 40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각)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9.1% 올랐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었던 전월(8.6%)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또한 한 달 전인 5월에 비해 1.3% 올랐고, 지난 4월과 비교해 1.0% 오르면서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으로 휘발유 가격이 59.9% 급등했고, 전기 요금 13.7%, 식료품 12.2%, 의류 5.2% 등 생필품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여행 수요 증가로 항공권 가격도 34% 올랐다.
미 연준,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 밟을 듯
AP통신은 "물가 상승이 경제에 압박을 가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5월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으며, 6월에는 더 나아가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그럼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을 멈추려면 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어야 하고, 이는 소비자물가지수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가 최근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는 변수가 워낙 많아 전문가들조차 물가 방향이나 지속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핵심 이슈다. 특히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다급해졌다.
'지지율 부진' 바이든... "시대에 뒤떨어진 통계" 불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 발표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고, 시대에 뒤떨어진 통계(out of date)"라며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날 발표된 데이터는 6월 중순 이후 한 달간 약 40센트까지 내려간 유가 하락의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이로 인한 절약은 미국 가정에 숨 쉴 틈을 제공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보고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연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3개월 연속 하락하며 5.9%를 기록했다는 점"이라며 "연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6%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물가 상승의 최대 원인을 유가로 꼽으며 "우선 유가를 낮추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전략비축유를 계속 방출하고, 유럽 동맹들과 협력해 러시아산 석유에 가격 상한을 붙여 러시아의 석유 수출 이익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원유 가격은 최근 한 달간 20%가량 떨어졌지만, 휘발유 가격 하락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라며 휘발유 가격을 신속하게 낮추지 않는 에너지 업체들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