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4일 오후 4시]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경남 창원진해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일주일째 나오고 있다. 어린이들은 시내 분수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노는 한편, 불안한 부모들은 생수를 사서 아이들을 씻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수돗물 안전대책과 더불어 원수인 낙동강 수질 모니터링을 촉구했다.
창원시는 14일 '석동정수장 유충 발생 보고'를 통해 13일 정수장 생산과정(61마리)과 배수지(7마리), 수용가(87마리)에서 모두 유충 155마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이 이날 2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창원진해에서는 지난 7일 오전 10시경 정수과정에서 처음 나온 이후로 깔따구 유충이 매일 발견되고 있다. 창원시는 이번 유충 발견 사실을 8일 오후 10시 40분경 공개하면서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끓여 먹도록 당부했다.
석동정수장은 낙동강 본포취수장의 물을 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창원시는 이번 유충의 원인이 본포취수장이라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 "낙동강 원수 수질모니터링 반드시 필요"
행복중심진해생협, 진해여성의전화, 진해YWCA, 진보당진해지역위원회, 진해진보연합 진해여성회 민주노총진해시지부, 진해장애인인권센터,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낙동강경남네트워크는 14일 낸 자료를 통해 '수돗물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창원여성의전화 등 단체들은 이번 유충 사태와 관련해 "정수장 운영이 정상화돼도 유충 걱정 없이 수돗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낙동강 취수 원수에서 깔따구 알이 하절기 동안은 지속적으로 정수장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정수장을 빠져나가 수돗물 급수관로에 흘러 들어간 깔따구 유충이 있을 수 있어 시민들이 유충 걱정 없이 수돗물을 먹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토요일(9일) 한 거리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분수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놀았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이미 진해구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고 난 이후였다. 그런데도 창원시에서는 아무런 사전 설명과 조치도 없이 분수대를 개방해 많은 아이들이 무방비로 유충에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돗물 유충 검출 사실을 아는 엄마들은 아이들 씻기는 물을 생수를 사서 씻기고 있다"며 "창원시는 먹는 물에 대해서만 끓여서 먹으라고 할 게 아니라 각 가정에 아이를 포함한 노약자 등 시민들의 불편함이 과도함을 알고 안전한 수돗물 위해 근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수돗물의 안전성은 낙동강 원수의 수질을 관리하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다"며 "낙동강 녹조가 창궐할 때마다 낙동강은 깔따구 유충이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돗물에 깔따구 유충이 검출되고 있는 현실임에도 유충 문제 관련 창원시 대응 상황이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고 있다"며 "창원시가 시민들에게 수돗물 유층사태를 안내했다고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시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초 정수장 깔따구 유충 검출의 원인은 본포에서 취수한 낙동강 원수라고 했다. 따라서 수돗물 유충검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본포 낙동강 원수의 수질모니터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진해지역 단체들은 시민들과 함께 14일 석동정수장과 반송정수장에 이어 본포취수장까지 둘러보는 현장답사를 벌였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본포취수장 부근에는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를 본 시민들은 "악취에 머리가 아프다", "징그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원시 "대책 강화"... 낙동강유역환경청 "반송정수장은 유충 안 나와"
앞서 김윤자 진해여성의전화 대표, 이재경 창원YWCA 사무총장, 이덕자 행복중심진해생협 회장, 임종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임희자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전날(13일) 창원시청을 항의방문하고 안경원 제1부시장 등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안경원 부시장은 "먼저 시민의 안전에 직결된 수돗물 유충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수돗물 정상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창원시는 유충 발생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시는 "정수장 정상 운영을 위해 유충 여과망 설치, 정수시설 청소와 교체 등을 실시하고, 수돗물 관로에 유충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저지대 급수관로에 대한 개선작업도 동시에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공급계통별로 37개소에 대해 상황 종료시까지 조사를 상시적으로 벌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번 깔따구 유충과 관련해 "깔따구는 우리나라에 1급수 지표종부터 4급수 지표종까지 400여 종이 다양하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3일까지 석동정수장과 같은 낙동강 본포취수장의 물을 원수로 하여 취수하고 있는 반송정수장(창원)에서는 원수와 정수 모두 유충이나 유충의 알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낙동강환경청은 창원시로부터 석동정수장에서 유충 발생 사실을 통보받고 바로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유역수도지원센터와 함께 10명으로 현장기술지원팀을 구성해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기술지원팀은 지난 8일부터 정밀조사에 착수했고, 수돗물 생산공정인 침전지, 급속여과지, 활성탄여과지 등을 대상으로 육안조사와 채취조사, 역세척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밖에 낙동강환경청은 "창원시 담당자들에게 현미경을 통한 깔따구 판별방법을 교육함으로써 현장에서 직접 깔따구 유무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석동정수장에 대한 근원적인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기술자문과 이행여부도 지속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