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두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북한과 위험한 거래를 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두고 문재인 정권을 연일 비판하는 가운데, 해당 어민들의 살인 혐의도 믿을 수 없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이들의 살인 행위가 '북한의 일방적 견해'라는 주장에서부터 '이전 정부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난 2019년, 어민 2명은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후 도주하다 우리 군에 나포됐다. 이후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당시 정부는 3일간의 조사 끝에 이들이 살인 범죄 사실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귀순 의사 역시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들은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강제 송환됐다.
최근 통일부는 송환 당시 사진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관련 기사:
통일부,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 이례적 공개). 또한 당시 강제송환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나섰다(관련 기사:
통일부 당국자 "탈북어민 송환... 추방규정 근거법 없어"). 대통령실은 이를 '반인륜적·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관련 기사:
3년전 북송 사진공개 이후 참혹함 강조한 대통령실). 당·정·대가 이 문제에 보조를 맞추어 한목소리로 이전 정권을 비난하는 셈이다.
"16명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호도... 아무 증거 없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인권위원회, 국제위원회는 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와 함께 15일 오전,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법적 고찰 및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통일부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는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과 김웅기 과거청산통합연구원 원장이 발제자로 나섰고,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와 제성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토론에 함께했다. 좌장은 당 국제위원회 위원장인 태영호 의원이 맡았다.
축사에 나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등은 해당 어민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라면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헌법에 의해 명백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사실 조사를 거쳐서 결정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고한 두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북한과 위험한 거래를 해온 문재인 정권은 마땅히 규탄 받아야 한다"라며 두 어민이 '무고'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탈북어민을 흉악범으로 규정하면서 강제북송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탈북어민이 살인자라는 주장의 출처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지 말고 검증부터 했어야 한다"라며, 이들의 살인 행위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한기호 사무총장 역시 "실제로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군에서 최초로 이 선박과 접촉한 이후에 이 사람들이 진술을 할 수가 없도록 했다"라고 주장하며 "그래서 16명을 실제로 살해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를, 군에서 탐문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과 이전 정권 등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냥 따라가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유상범 의원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한민국의 법치와 인권이 유린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불법으로 출국금지시키기 위해 수사기관이 사건 내사 번호를 허위로 기재했던 모습과 정확히 오버랩된다"라고까지 비교했다. 자료집에 기재된 환영사에서도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토론회의 진행을 맡은 태영호 의원은 "3만 명의 탈북민 중 국제형사범죄자로 규정된 분이 13명,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고 도피 목적으로 온 탈북민이 10명으로 나와 있다"라면서 "흉악범이기 때문에 북으로 강제 추방했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북한 김정은 정권도 들여다보고 있고, UN에서도 들여다보고 있다"라며 "향후 세계 인권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열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무고하다고 주장할 만한 증거, 단 하나도 없다"
반면,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탈북민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탈북자는 위장 간첩이라 했던 사람들이 정작 우리 곁에 두고 살 수 없는 살인자들이 들어오니 이번엔 무고한 탈북민을 북송시켰다고 한다"라며 "물론 저들이 무고하다고 주장할 만한 신뢰성 있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살인했다고 판정한 쪽엔 나포 경위부터, 16명을 살해했다는 자세한 경위를 담은 진술서, 감청자료 등 무수한 증거가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이어 "탈북한 사람들이라면 한국 군함을 보면 만세를 부르며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이틀이나 도망 다니다가 사격까지 받고 자해까지 시도하면서 강제로 잡힐 이유가 있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상식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은 사람들이 죽였다고 진술서를 쓰고, 그것도 굳이 16명이나 죽였다고 쓸 확률은?"이라며 "이 20대 초반 두 어부가 고위층 탈북자들보다 김정은에게 선물이 될만한 대단한 사람들이나 되느냐?"라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을 두고 "검찰에 대한 수사지침"이라며 "궤변과 억지도 부족해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신북풍'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이들 흉악범이 대한민국의 법을 악용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해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면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사태를 모면하려고 국가안보를 정쟁거리로 삼는 윤석열 정부가 국가안보를 최우선하는 보수정권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라고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