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장관이 19일 "2031년까지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인력 학과 쏠림을 예고하는 방식이어서 지방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6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면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지시한 뒤 42일 만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 기자회견에서 "산업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의 책무 중 하나"라면서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교육과 산업의 긴밀한 연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교육부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핵심적인 업무로 인식하고, 그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 "교육부도 반도체 인재양성 핵심업무로 인식, 10년 간 15만 명 양성"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10년간 필요인력 추산치 12만7000명보다 넉넉하게 설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경우 지역 구분 없이 학과를 신·증설할 때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하며, 학과 설치 없이 기존 학과의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신설하기로 했다. 당초 대학 학과 신증설을 위해서는 교지, 교원, 교사(대학건물),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 충족을 따져 허용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번엔 '교원'만 충원되면 정원 증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립대의 경우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을 완화해 당초 80%에서 70% 충족으로 내린다. 대학 교원으로 현장전문가의 임용이 쉽도록 교원 자격요건도 푼다.
기존에 운영되던 첨단 분야 계약학과도 기존 학과 안에 별도 정원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학과 자체를 따로 만들어야만 했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경우 학사학위 과정을 100% 온라인으로 운영하는 것도 허용한다. 기존엔 국내-외국대학 공동학사과정만 100% 온라인이 가능했다.
반도체 특성화대학(원)도 신규 지정하며, 직업계고의 경우 학과 재구조화 사업을 벌여 2023년부터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 중점 지원한다.
이날 박 장관은 "정부의 큰 기조는 '대학에 자율성을 준다. 규제와 예산 칸막이를 풀어서 대학이 자유롭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풀것... 지방대가 우리 약속 선뜻 받아들일 거라 생각지 않아"
질의응답에서 박 장관은 '이번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이 지방대 시대라는 국정과제와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처음에)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에 '지방대학과 같이 갈 수 있는 대안을 담아오지 않으면 나는 이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대안이 신선하거나 아주 새롭지는 않지만, 가칭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상당 부분을 지방대학에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별회계는 유초중고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인 3조6000억 원 정도를 떼어내 마련 예정인 비용이다.
이날 박 장관은 이어 "(그러나) 교육부의 약속에 대해 지방대학에서 선뜻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