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찰서장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23일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연 것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경찰서장 회의를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하는 한편,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야권은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직후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것에 대해 '보복성 인사조치', '경찰 장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25일 정치외교통일안보를 주제로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데다가, 원 구성 협상이 완료되어 경찰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가 구성된만큼 여야가 당분간 '경찰국 신설'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비서실장 첫 등장, 경찰 서장들 공개 비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를 지지하는 뜻을 표명하며, 오히려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경들이 회의를 하는 것은 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부적절한 행위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에는 힘이 센 청이 세 개 있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이다"라며 "검찰청은 법무부의 검찰국, 국세청은 기재부에 세제실이 있다. 경찰만 없다. 경찰은 왜 없었냐. 민정수석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민정수석이 없다"라며 경찰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검수완박(수사·기소 분리)을 통해 경찰의 힘이 아주 세지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김 실장은 "대통령이 나설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강의 문제도 있으니까 경찰청과 행안부, 국무조정실 등에서 해야할 사항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경급 경찰지휘부의 집단행동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라며 "민중의 지팡이라는 일선 경찰지휘부가 그들의 현안 문제를 정상적인 절차로 풀지 못하고, 자기 치안지역을 벗어나서 집안행동을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휘부의 해산지시에서도 불복하고 모인 것은 엄격한 복무규정 위반이다"라며 "나라의 안보를 지키는 군인이나, 나라의 치안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은 같은 잣대로 국민을 위한 공복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 서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경찰청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경찰국 신설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경찰국 신설은) 권력자가 전횡을 일삼던 경찰 조직에 대한 지휘를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허 대변인은 '드루킹 사건'과 '청와대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언급하며 "경찰에 대한 권력 개입의 문제는 문재인 정권 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된 지금, 경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권주자들 반발 '총공세'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대표 후보들이 SNS를 통해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와 류 서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의원은 "퇴행적 경찰 장악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라면서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경찰이 민주 인사들을 고문 탄압 하고 정권을 보위하는 기구로 작동했다.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현행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소관 사무 중 '치안 사무'는 없다. 법에 위배되는 조치를 국회와 논의도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뚝딱 처리했다"라며 경찰국 신설을 비판했다.
류 서장의 징계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민생치안 현장에서 애쓰는 경찰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대기발령 조치부터 중단하라"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은 경찰이 정권 호위총국, 윤핵관의 '충견'이 되길 바라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을 위한 움직임은 민주공화국을 향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총경들이 자기 시간인 주말에 자율적으로 모여서 논의한게 대체 뭐가 문제냐"라며 "이를 갖고 감찰을 하고 제안자를 대기발령 조치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표현조차 억압해 경찰을 정권사설 경비대로 전락시키려는 흉측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도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되나?"라며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발한 검찰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민의힘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의 집단반발은 '직업적 양심', 경찰의 집단발발에는 '엄정조치', 참으로 검찰공화국스럽다"라고 일갈했다.
강병원 의원은 '경찰국 설치'는 헌법 제75조와 정부조직법 제34조를 위반하는 헌법·법률 위반 조치라며, 이상민 행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해임 건의는 국회 재적 위원 3분의 1발의,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이 가능하다. 당장 다음주에 해임 건의 의결이 가능하다"라며 이상민 장관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