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소덕동 팽나무'로 나온 경남 창원 동부마을 소재 팽나무가 화제인 가운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갑자기 관광객 방문이 늘면서 나무 훼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수령 400년으로 추정된 이 나무는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됐지만 아직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관련 보도가 나간 뒤, 문화재청은 해당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검토를 위해 현장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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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25일 보도자료를 내 "조만간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등과 함께 이 나무의 역사와 생육상태 등 문화재적 가치를 현장 조사할 예정"이라며 "마을 주민과 지자체와 함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21년 2월 최송현 부산대 교수와 '노거수를찾는사람들' 활동가인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가 동부마을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추천한 바 있다. 이후 진전이 없다가 최근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정 절차가 추진되는 모양새다.
당시 최 교수와 박 대표는 "낙동강 충적평야에 드문드문 솟은 '독뫼산' 꼭대기에 단립하는 당목으로, 이 나무를 제외한 다른 나무는 없는 독특한 생육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토심이 충분하지 않은 지반과 강한 일조‧바람에도 건강한 수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을 왕래하는 배를 묶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며 "고창 수동리 팽나무(천연기념물 제494호)보다 큰 제원이고, 충적평야 독뫼산 노거수 공간과 이 나무를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문화가 독특해 보존가치가 높다"고 했다.
이미 '고사지' , 잎마름 현상... 제대로 보존 안 하면 고사 위험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는 발걸음은 평일인 25일에 이어 26일에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팽나무에 마른 가지인 '고사지'와 더불어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 나무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창원시가 땅을 덮고 있던 풀(초본)을 모두 베어낸데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땅을 밟는 '답압'으로 인해 토양 경화가 이어져 뿌리 활력을 나쁘게 한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팽나무가 있는 땅은 토심이 얕은 '암반지형'으로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고사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을 살펴본 박정기 대표는 "산 꼭대기에 나무가 있는데 토심이 얕고 수분이 부족하다. 그런데 창원시에서 풀을 다 베어냈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그렇게 한 모양이다. 땅이 보일 정도로 예초기로 면도하듯이 풀을 깎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토심도 얕은 데다 풀까지 다 베어내버리면 수분을 유지할 수 없다. 비가 오더라도 금방 증발해버리고, 땅 속으로 스며든 수분을 빼앗아버리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나무 생육에는 치명적이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사람들이 아무 곳이나 밟고 다녀서 더 문제라는 것. 박 대표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이동할 동선을 잡아 주어야 한다. 가령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울타리를 넓게 해놓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라며 "이 팽나무는 아직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 답압이 심하면 밑둥까지 뿌리 활력에 지장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창원시는 26일 방문객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바닥에 '야자수 덮개'를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 의창구청 산림농정과 관계자는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어제 예초기로 풀을 베는 작업을 했다.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게 아니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팽나무는 수고(나무 높이) 16m, 가슴둘레 6.8m,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 27m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