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요건 해석 제각각... '최고위 기능상실' '비대위원장 지명' 이견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일 당 대표 직무대행 역할에서 물러나고 조속히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 만이다.
이에 따라 집권여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82일 만에 '비대위 체제'라는 급격한 격랑으로 빠져드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권 대행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했다.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최고위원 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권 대행은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 대행은 이 대표 징계 이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당 '원톱'으로서 집권여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대통령실 채용 논란과 관련한 '9급 공무원' 발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 사태 등으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권 대행의 이날 입장 표명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권 대행도 직무대행 역할을 더이상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은 애초 당헌당규상 요건 충족(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비대위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당 안팎의 압력이 높아지자 정치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대행은 직무대행과 원내대표 역할은 분리해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원내대표 역할은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를 요구해 온 친윤 그룹에서도 권 대행의 원내대표 역할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당헌당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대위 전제조건인 '최고위 기능 상실'을 놓고 친윤 그룹과 이준석계에서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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