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권은 만5세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조기에 입학시키겠다고 합니다. 저들이 내세운 교육적 명분은 '교육격차 해소'입니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 스스로 만5세 이하의 '교육불평등 문제'가 심각함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비해 초등학교는 그나마 체제가 잘 갖추어져서 무상교육, 동일한 교사들의 질,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합니다. 대다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되면 집 근처의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그러나 5세 이하의 동생들은 어느 유치원, 어느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뉘어 교육과 보육이 제공됩니다. 이를 관할하는 부처도 교육부(유치원)와 보건복지부(어린이집)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교육청(유치원)과 시(도)청(어린이집)으로 나뉩니다.
관할 부처가 다르고 지원예산도 다르고, 시설의 기준도 다릅니다.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무상교육, 무상보육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여전히 학부모가 내는 부담금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완성되고 있지만, 오히려 연령이 낮은 영유아들은 학부모의 부담이 큽니다.
제가 세종시교육청에 근무할 때, 세종교육청은 만3세에서 만5세까지의 유치원 유아들에게 무상급식을 했습니다. 반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일 연령대의 유아들에겐 무상급식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치원은 어린이집에 비해서 돌봄체계가 미흡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 사는 같은 연령의 유아들은 서로 다른 수준의 교육 복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 초등학교 조기입학을 주장하는 것은 현재 만5세 이하의 영유아들은 초등학교처럼 '좋은 환경'에 놓여있지 않고, 교육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들은 '반대'에 당황하면서도 여전히 정책의 강행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입으로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정책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공론화하자고 하면서 질질 끌고, 채찍과 당근을 통해서 반대진영을 갈라치면서 결국 '점진적 연차적 시행'으로 결론지으려 할 것입니다. '격렬한 반대운동'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당장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거나 '일단 논의해보자'라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서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아울러 '대안' 없는 '반대운동'은 저들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입니다. 무엇을 반대해서 관철시키면 결국 남는 것은 '현상유지'입니다. 반대에 성공해도 만5세아 이하의 영유아들이 여전히 '교육격차'속에서 고통받는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반대'는 수세적인 방어이고, '요구'는 공세적인 쟁취입니다. 단순히 '만5세 아동을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만5세 이하 영유아들의 교육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큰 틀로 논의의 초점을 옮겨야 합니다. '조기입학 반대'의 틀이 아니라 '만5세 이하 영유아의 교육불평등 해결 요구'로 논쟁의 틀을 옮겨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현재 200만의 영유아들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선 38만의 교사와 종사자들이 낮은 임금, 긴 노동시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국가가 마땅히 했어야 할 영유아에 대한 교육과 보호의 임무를 지난 30년간 방치한 것입니다. 이 어두운 과거를 들어내고 이번 기회에 초등수준의 질 높은 교육과 보호를 관철해내야 합니다.
각 단위는 '만5세 초등입학이 아니라 영유아 유보통합이 대안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어야 합니다. 싸움은 저들이 걸었지만, 어디서 싸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 저들이 제기한 싸움에서 우리가 얻어낼 것을 얻어내야 합니다. 반대를 통한 현상유지가 아니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각 단위가 '유보통합'이라는 대안을 주장해주십시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교육감들이 "유아의 교육격차는 만5세아 초등입학이 아닌 유보통합으로 해소합시다"라는 성명을 내주셔야 합니다. 교육단체돌도 만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윤석열의 공약에도 '유보통합'이 들어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윤석열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라'는 주장입니다.
김영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의 논의부터 30년을 묵혀온 대한민국의 숙제입니다. 매 정권마다 '유보통합'을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관료들은 예산지키기, 자리지키기라는 자기 잇속을 숨긴 채, '연차적' '점진적'을 방패삼아 버텨왔습니다.
김영삼정부 교육개혁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던 그 때의 영유아가 아기를 낳아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윤석열도 내걸었고, 이재명도 내걸은 '유보통합'에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교육부가 내어놓은 어처구니없는 정책의 찬반에 묶이지 맙시다. 200만 영유아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교육운동진영이 학익진을 펼치고 발포를 시작합시다. '전 전함은 발포하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 세종시교육감 비서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