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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물에 투신한 하이트진로 화물노조 조합원들 4일 강원도 홍천 하이트진로 공장 앞 다리에서 파업 농성 중이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이 경찰의 진압에 항의하며 강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들 전원은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고 일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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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노조 하이트진로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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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10미터 높이에서 강물로 떨어질 생각을 하겠습니까. 제가 11년차인데 한 달에 100~150만원, 많으면 200만원 법니다. 기름값에 도로비, 요소수, 화물차 할부 내고 나면 마이너스일 때도 많아요. 빚만 늘어가는 우리들 얘기 좀 들어달라는 거거든요. 하이트진로 화물 기사들 상황을 좀 알아달라는 건데…" – 박수동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청원지회장
지난 4일 강원도 홍천 하이트진로 공장 앞. 다리 난간에 올라선 하이트진로 하청 화물 노동자 3명이 10여 미터 아래 강물로 몸을 던졌다. 800여명의 경찰들이 다리 위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 130여명을 강제 해산시키려 하자 이에 항의한 것이다.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이들은 홍천 공장 앞에서 사흘째 농성 중이었다. 강물에 투신한 화물 기사들은 다행히 구급대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130여명의 화물 기사들은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수양물류', 또는 수양물류가 다시 위탁계약을 맺은 2차 하청업체들 소속이다. 이들은 사측이 운송료 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지난 3월 노조를 결성해 6월부터 전면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러자 사측은 130여명을 집단 해고했다. 지입(운수회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하고 일감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것)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노조 지도부 11명에게는 2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운송료 가압류까지 냈다.
박수동(42)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청원지회장은 5일 통화에서 "유가연동제에 따른 유가보조금 상승을 제외하고 사실상 15년간 운송료가 그대로인 상태"라며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로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 지회장은 "우리는 살려달라고 한 것뿐인데 노조 세웠다고 해고까지 당했다"라며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운송사가 해결할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노동자들에겐 거액의 손배소까지 가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달 급여 100~150만원, 빚만 늘어… 네 식구가 어떻게 사나"
- 전날 조합원들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현재 건강 상태는.
"세명이 떨어졌다. 두명은 자진해서 뛰어내렸지만 한명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떠밀려 추락했다. 자세도 제대로 못 잡은 상태로 떨어진 거다. 허리를 많이 다쳤다. 아직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다리 위에서 농성하던 70대 조합원 한 명도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들의 제압에 짓눌려 팔에 화상을 입고 살도 많이 파였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사람은 이 두 사람이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이 많다."
- 조합원들이 강물에 몸을 던진 이유는.
"그만큼 절실해서다. 물론 경찰 진압에 저항한 거지만, 결국 우리 얘기를 좀 들어달라는 거다. 하이트진로가 어떤 곳인지, 거기서 화물 기사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귀 기울여 달라는 거다."
- 요구 사항이 뭔가.
"운송료 인상이다. 청주 공장에서 소주를 싣고 천안 물류센터까지 갔다 오면 보통 운송비가 12~13만원 정도다. 공장에 돌아올 때 운 좋게 공병을 싣고 오면 17~18만원 정도 번다. 공병을 싣고 복귀하면 운임의 30%를 더 쳐주니까. 하지만 그나마도 공병이 없는 경우가 5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화물 기사들끼리 공병을 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주 공장부터 천안 물류센터까지 왕복 기름값만 해도 10만원이 넘는다. 도로비, 요소수, 엔진오일, 타이어 비용까지 치면 한탕 뛰었을 때 1~2만원 남으면 다행이다. 마이너스일 때도 많다. 그렇게 하루에 보통 두탕에서 네탕 정도 뛴다. 한 달 일해도 100~150만원 밖에 못 번다. 운송이 정말 많은 달은 한 달에 200만원이다. 그래 봤자 또 차량 할부금, 대출금 빠져나가면 남는 게 없다. 실제 집에 가져다 주는 돈이 '제로'일 때가 많다. 돈을 버는 게 아니고 빚만 늘어난다.
내가 하이트진로에서만 올해로 11년차다. 이렇게 해서 9살 딸, 5살 아들까지 네 식구 생활이 되겠나. 그나마 나는 1차 하청인 '수양물류' 소속인데도 그렇다. 2차 하청 협력사에 속한 기사들은 수수료나 지입료를 더 많이 떼인다. 더 열악하다.
우리가 요구하는 운송료 30% 인상이 결코 과한 게 아니다. 하이트진로 작년 매출이 2조 2000억이나 됐다. 최근에는 소주 값까지 올렸다. 왜 소주 실어 나르는 화물 기사들만 죽어나가야 하나."
"소주값은 올리면서 운송료는 그대로… 해고도 모자라 28억 손배 폭탄"
- 조합원 중 2차 하청 협력사 소속은 몇 명인가.
"총 조합원 130여명 중에 협력사 소속이 60여명이다. 70여명이 수양물류 소속이다."
- 3월에 노조를 결성했다.
"사실 쉽지 않았다. 화물 기사들이 같이 모여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사는 곳도 다 다르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함께 한 거다. 올해는 운송료를 꼭 인상해야했으니까. 올해 특히 기름값도 많이 오르고 물가도 많이 올랐지 않나.
회사는 노조 시작할 때부터 심하게 했다. 협력사 사장들이 공장에 와서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하고. 나중엔 조합원들이 모이지 못하게 일부러 장거리 운행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탈자 없이 노조가 계속되고 파업을 시작하니 결국 회사가 우리를 집단 해고했다. 모든 화물 기사가 노조에 가입한 어느 협력업체는 아예 위탁계약이 해지됐다. 운송료 조금 올려달라 했다고 노조 조합원에 28억 손배·가압류를 걸었다. 우리에게 이건 폭탄이다. 황당하다."
- 현재 교섭 상황은.
"회사는 5% 이상은 인상할 수 없다고 한다. 이번에 물류비 핑계 대면서 '참이슬' 소주 값은 7.9% 올렸는데. 말이 되나. 5%면 운송료 12만원에 6천원 올린다는 거다. 체감이 되겠나. 휴일 운송료 150% 인상을 얘기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그건 회사가 휴일에 일을 안 줘버리면 그만이다. 지금까지도 기사들 대부분 휴일에 일을 안 했다.
사측은 동시에 조합원 중에 누군가는 책임을 지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누군가는 손배소와 계약해지를 안고 나가라는 거다. 왜 우리에만 책임을 지라는 건가. 운송사들은 교섭 중에도 원청인 하이트진로에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하이트진로는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고, 운송사와 해결하라면서 책임을 피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 앞으로 계획은.
"어제(4일) 경찰 진압으로 다리에선 밀려났지만, 지금도 홍천 공장 앞쪽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측이 바뀔 때까지 계속할 거다. 물러설 데가 없다."
- 일각에선 이천·청주 소주공장에서 일하는 화물기사들이 홍천 맥주공장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하이트진로다. 게다가 나를 포함해 이천·청주 소주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 중 이곳 홍천 맥주공장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다. 맥주가 바쁠 땐 우리도 홍천까지 와서 지원 운송을 하니까. 거꾸로 소주가 바쁠 땐 홍천 맥주공장 기사들이 우리 공장에 와서 일을 도와준다. 홍천 맥주공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똑같이 수양물류나 2차 하청업체들 기사들이다.
그보다 앞서,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나. 애초에 이천·청주 소주공장에서 농성하던 우리를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내쫓았기 때문 아닌가. 우리가 왜 이곳 홍천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를 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