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얀마 동부 카레니(Karenni) 지역에 있는 한 피란민 캠프에서 군부가 갑작스럽게 공습을 가해 캠프 내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어린 학생들과 교사가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는 상태다. 이 사건은 기자가 10일 현지 거주 제보자로부터 받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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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 공습을 피해 밀림으로 도망치는 카레니 피란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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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anmar Citizen Jornal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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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가량 되는 영상 속 현장은 참담했다. 대나무로 얼기설기 역은 벽과 책걸상, 화이트보드 하나가 전부인 작은 교실에 스무 명 남짓의 어린이가 앉아 있다. 모두가 심상치 않은 표정이다. 몇몇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서로를 부둥겨 안은 채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불안한 표정의 아이도 있었다.
곧 교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황급히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풀숲을 헤치고 숨었다. 다급한 목소리로 "너무 멀리 가면 안 돼!"라고 외친 교사 역시 아이들과 함께 풀숲에 몸을 숨겼다.
제보자는 이 현장을 지난 8일 오전에 미얀마 동부 카레니 지역 모처에 있는 피란민 캠프에서 촬영했으며 "군부가 갑작스럽게 공습을 가하는 바람에 캠프 내 학교에서 수업 중인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대피했다"라고 설명했다. 제보 이후 카레니 지역에서 군부 공습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유엔난민기구 "미얀마 쿠데타 이후 실향민 총 120만 명가량 발생"
지난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무력을 동원해 권력을 찬탈한 이후 전국적인 저항활동이 이어지며 미얀마는 사실상 내전상태가 됐다. 크고 작은 무력충돌과 군부의 유혈진압이 계속되며 수많은 실향민이 발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은 지난 1일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쿠데타 이후 발생한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은 약 89만7100명이며, 쿠데타 전부터 존재한 실향민 약 34만6000명을 합하면 미얀마 전국적으로 실향민 수가 120만 명을 넘는다"라고 발표했다. 그밖에도 미얀마 국민 약 4만2300명이 쿠데타 이후 인근 국가로 피란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런 혼란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에 노출되는 건 단연 어린이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 지원협회(AAPP) 집계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유혈진압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만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최소 142명에 이르며, 불법체포된 미성년자도 1400명을 넘었다. 심지어 군부는 어린이 61명을 반군부 활동가를 체포하기 위한 인질로 삼아 구금 중이며, 그중에는 만 4세 유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 위험에 노출
쿠데타는 미얀마 아동과 청년의 교육권 또한 앗아갔다. 미얀마는 2020년 코로나 감염병 대확산 시기부터 학교를 패쇄했고, 다음해인 2021년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며 약 2년반 이상 공교육이 전면 중단됐다.
군부는 올해 체제 안정화를 선전하기 위해 다시 학교를 열었지만, 군부 주도의 공교육을 거부한 학생과 학부모가 이른바 '등교거부운동'을 진행하며 학령인구의 약 70% 이상이 여전히 등교하지 않고 있다.
국경 지역이나 소수민족 지역은 학령인구 약 90%가 등교거부나 피란생활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약 30만 명인 카레니주는 쿠데타로 이후 발생한 실향민 수가 이미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3명 중 2명이 집을 잃고 유랑하는 상황이다.
현재 '시민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에 참여한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피란 중인 학생들이 교육 기회를 잃지않도록 공교육을 기반으로한 임시 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피란민 아이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마저 버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군부는 카레니주를 포함한 국경지대와 주요 교전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민간인 거주지와 피란민 캠프에도 폭격은 예외없이 행해졌다.
피란민을 위한 식량, 식수, 의약품, 방수천, 침낭 같은 기본적인 생존 필수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각국 시민사회가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이미 100만 명을 훌쩍 넘은 피란민에 실효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자원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얀마가 우기로 접어들며 피란민들은 도로유실로 인한 교통망 마비, 수인성 질병 창궐,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카레니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까얀 제네레이션 유스(Kayan Generation Youth)'는 지난 5일 사진 한 장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공습을 피하려 좁은 참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을 담은 사진이다.
단체는 피란민을 위한 구호물자를 지원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우리는 미래를 비추는 밝은 별빛과 같은 아이들을 잃을 수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진배씨는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