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있는 한 보수단체가 최근 충남 홍성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집회를 예고했다. 홍성 시민들은 "번짓수를 잘못 찾았다"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소녀상이 훼손될 경우 고발고치 하겠다"는 경고가 나온다.
해당 보수단체는 최근 최선경 홍성군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는 12일 충남 홍주소녀상 앞에서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8월 15일 건립된 홍성 평화의 소녀상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선 상징물로 평가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는 지역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다. 이어 세월호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문화제를 주도해 온 홍성문화연대 등의 진보단체들도 소녀상 건립에 합류했다. 홍성 주민들이 일 년 넘게 발로 뛰며 모금 운동을 벌인 결과 79개 단체 460명의 주민들이 4100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홍성 소녀상은 이념 넘어선 상징물, 누구도 철거 주장 권리 없어"
소녀상 건립 당시 홍성군여성단체협의회장을 맡았던 임이재씨는 "평화의 소녀상은 후손들에게 과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한 것이다"라며 "보수와 진보 혹은 지지 정당을 떠나 홍성군민 상당수가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에 와서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녀상 건립에 찬반 논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린 학생들조차도 1000원 씩 기부하며 고사리 손을 보탰다"며 "홍성 평화의 소녀상에는 홍성 군민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특정 단체에서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홍성주민 A씨도 "홍성 소녀상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제작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몹쓸 일을 겪었던 소녀들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물이다"라며 "홍성시민들이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뛰어 넘어 화합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상징물이다. 그런 것을 철거하라 마라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홍성 주민들은 해당 보수단체의 집회에 "무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발적으로라도 소녀상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선경 홍성군의원은 "홍성군민들의 대응이 자칫 그들에게는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며 "때문에 지역 시민 사회도 공식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만에 하나 소녀상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소녀상은 공공조형물에 속한다. 공공조형물은 조례로 보호 받고 있다. 소녀상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회 주최 측 김아무개씨는 "소녀상을 훼손할 가능성은 없다. 경찰이 더 많이 온다"며 "집회를 방해하면 고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