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의 '2022 건설 근로자 수급 실태 및 훈련 수요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약 32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2022년 건설기능인력에 대한 인력 수요가 175만 명이라고 하니, 약 20% 정도가 이주노동자인 셈이다. 이주노동자는 이미 한국 건설현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다.
역시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의 경우 일당이 숙련 22.1만 원, 비숙련 15.7만 원인데, 중국 동포 노동자의 경우 숙련 19.9만 원, 비숙련 14.9만 원이다. 중국 동포 이외의 이주 노동자인 경우 이보다 좀 더 낮아 숙련 18.8만 원, 비숙련 14.5만 원이다. 지난 1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때는, 구조적인 하도급, 촉박하고 무리한 공사 기간 등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짚는 대신, 외국인 노동자가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는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기사도 있었다.
이번 'AZ 다양한 노동 이야기'에서는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동포 출신 이주노동자를 인터뷰하였다. 인터뷰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소개로 더운 여름날 오후, 경기도 동탄의 한 건설 현장 컨테이너에서 진행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권일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소위 말하는 '조선족'인데요. 저희 부모님은 지금은 중국에 계시지만 젊었을 때는 한국에서 일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2006년에 한국에서 몇 개월 일했는데, 중국 심양으로 가서 사업을 하다가 접고 2016년 다시 한국에 들어 왔습니다. 제가 먼저 자리를 잡은 다음 중국의 아내와 아이를 불러서 지금은 가족과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로 항공료가 많이 비싸고 일정 기간 격리도 의무라 부모님 만나러 중국 한 번 가보기 힘드네요."
- 어떤 일을 하세요?
"건물을 짓는 데 기초공사가 중요합니다. 저는 그 중 철근 설치하는 일을 합니다. 철근을 운반해서 도면에 따라 철근을 서로 결속하여 고정하는 일이 주된 업무입니다. 건축물을 만들 때 벽체와 바닥에 콘크리트를 붓기 전에 철근으로 틀을 만들고, 이후 형틀팀이 와서 폼(form)을 설치한 다음 콘크리트를 붓지요.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으면 구조물이 강해집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라고 하지요.
2016년 한국에 다시 왔을 때, 지인이 일은 힘들지만, 임금을 많이 받는다며 철근 일을 추천하더라고요. 처음 이 일 시작하고는 힘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발이 붓고 다리도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2, 3개월 고생하니 조금씩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2016년 이후 쭉 철근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동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한 지는 20일 정도 되었네요. 한 5, 6개월 여기서 일할 거 같습니다."
-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시흥 집에서 여기까지 출퇴근하는데 왕복 90km나 됩니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일어나 5시에 집에서 나섭니다. 그러면 7시 이전에 여기 도착하고 아침을 먹습니다.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차가 밀려요. 예전에 현장이 더 멀리 있을 때는 출퇴근에 4시간가량 걸린 적도 있습니다. 집과 일하는 현장이 멀다 보니 출퇴근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건설 현장을 계속 옮겨 다녀야 하는 점도 힘들지요. 그래도 최근 3년은 개발을 많이 하는 동탄이나 오산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힘들어도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다녀야지요.
7시부터 업무 시작인데요. 업무 시작 전에 원청에서 그날의 업무 지시사항, 업무 배치, 안전 주의 사항 등을 알려 줍니다. 조회 같은 건데 간단한 스트레칭도 합니다. 작업장에서 오전 일을 쭉 하고 12시 전후로 점심시간입니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공정별로 점심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배정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식당이 없다 보니 함바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해와서 가건물에서 먹고 있습니다.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오후 일을 하고 4시 반에 퇴근합니다. 저희는 토요일도 일하는데요, 토요일은 2시간 정도 일찍 퇴근합니다."
- 일하면서 어려웠던 기억은요?
"이주노동자들에게 제일 힘든 건 임금 갈취나 체불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형태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개인업자(팀장, 십장, 오야지)에게 속한 팀원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전에 임금 체불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회사에 찾아가서 임금 달라고 하니 이미 팀장한테 다 주었다고 했어요. 임금 체불해도 제가 신고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중간에서 팀장이 떼먹은 거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500만 원은 큰돈이었습니다."
- 일하는 데 많이 덥지 않으세요?
"덥기도 하고 야외에서 일하니 햇볕에 눈이 부셔 선글라스 끼고 일합니다. 작업 현장 옆에는 그늘막, 선풍기도 있고요. 휴게를 위해서 냉방이 가능한 컨테이너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체감온도가 많이 오르는 날이면 45분 일하고 15분 휴식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무더위에서는 10분만 일해도 땀이 줄줄 나서 45분 일하기도 쉽지 않지요. 틈틈이 쉴 수는 있는데 눈치는 보이지요.
여기는 원청이 대기업이라 나름대로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 거 같은데 소규모 작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주택 짓는 데에서 일한 적도 있었는데 마땅한 휴식 공간이 없었어요. 화장실도 간이 화장실을 썼는데 대충 지어서 여름에 냄새도 많이 나고 힘들었습니다."
- 일하다 다친 적은요?
"저는 아직 크게 다친 적은 없습니다.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는 자주 있고요. 주로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많이 하니, 만성적으로 무릎, 어깨 관절통, 요통은 늘 있습니다. 작년에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서 힘들어서 회사에 이야기하니 산재 처리 안 하고 공상 처리했습니다. 산재 처리는 잘 안 해 주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산재 처리하면 기록에 남으니깐 다음 공사입찰에 지장을 우려합니다.
저는 발판 작업을 할 때, 종종 고소작업을 하게 됩니다. 1m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사고가 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1m 이상 올라가면 안전고리를 체결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달라진 점이 있습니까?
"안전 도우미라고 해서 안전 관리자가 생겼습니다. 용역회사에서 안전 도우미를 모집해서 현장을 돌아다니며 안전 사항을 준수하는지 살피고, 카메라로 현장을 찍습니다. 한 번 적발되면 경고 및 교육을 받고요. 2번 적발 받으면 원청에 가서 교육받습니다. 교육을 안 받으면 현장에 들어오지 못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고 대책이 근시안적인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고소작업 하다가 사고가 나면 이후 당분간은 고소작업에만 계속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신경 씁니다. 하지만 사고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잖아요. 고소작업에 신경 쓰면 다른 데서 감전 사고가 나는 식입니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같이 일하는 분들과는 잘 지내시나요?
"여기 형틀팀 절반이 외국인(이주) 노동자들이고요, 철근 작업에서는 외국인이 70% 정도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중국 동포들입니다. 우리 팀이 약 20여 명 되는데, 한 작업 현장이 끝나서 옮길 때도, 같이 옮겨 다닙니다. 같이 오래 일해서 손발이 맞아서 일하기 좋습니다. 쉬는 날에는 같이 낚시도 하고 모여서 술도 마십니다. 제가 한국에서 적응하려 노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할 때는 중국 동포라서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은 받진 못합니다."
- 노동조합에 가입하니 어떤 점이 좋아졌습니까?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노동조합에서 하청 업체와 직접 근로계약을 합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팀장과 계약하는 구조입니다. 노동조합에 들어오니 제일 나아진 게 임금체불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급 휴가 등의 노동법에서 정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