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작나무숲 진입로
 자작나무숲 진입로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순백의 자작나무숲은 마치 동화 속 세상과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모두 순백이 주는 자작나무의 순수함은 사람마다 한편의 동화를 쓰게 한다. 저 멀리 러시아와 핀란드는 '자작나무 나라'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가는 길은 자작나무숲으로 이어져 문학 작품이나 영화의 단골 테마로 등장한다. '라라의 테마'로 유명한 <닥터 지바고>에 자작나무 숲이 등장한다. 영화의 상징인 흰 설경은 자작나무숲과 함께한다. 영화에서 '지바고'와 '라라'는 언제나 흰 눈과 자작나무를 배경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끝없이 오갔다.
    
영화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는 자작나무숲이 경북 영양에도 있다. 자작나무숲이라 하면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가 유명하지만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 30ha, 9만여 평 규모로 조성된 자작나무숲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숲은 수비면 검마산 해발 600m 중턱에 자리하고 1993년 산림청에 의해서 조성됐다. 하지만 조성 후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30년 가까이 자작나무 군락이 있는지 잘 몰랐고 그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자연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573-1번지. 지난 7일 일요일 영양 자작나무숲을 찾았다. 이곳은 안동에서 차로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4차로 도로가 없는 곳, 영양인지라 시속 60km로 국도를 달려 영양읍을 지나 죽파리로 들어가는 삼거리길을 오른쪽으로 돌아서도 한참을 가야 나온다. 거의 막다른 길이라서 직진성으로 운행하면 된다.
      
진입로 주차장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걸어야 한다. 4km쯤으로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순백의 자작나무를 만날 수 있다. 다행히도 영양군에서는 8월부터 전기차를 운행한다. 매주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운행하고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는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지만 걷는 것도 좋다. 자작나무숲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한 임도로 돼 있어 산행에 큰 불편은 없다. 임도도 제법 넓어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면 금방 도착한다.
      
또 임도를 걷다 숲길로 들어가는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임도와 숲길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여름에 더 좋은 것은 임도와 숲길 대부분 그늘이 진다는 사실이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여름 무더위를 식혀준다. 걷다가 쉬고, 쉬다가 다시 걸으면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에 손이라도 한번 씻어보자.
      
이렇게 한 시간쯤 오르면 자작나무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활엽수림 사이로 멀리 눈에 들어오는 자작나무를 보는 순간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골짜기에 순백의 자작나무라니'하는 탄성과 함께 발걸음이 빨라진다.
           
자작나무숲은 초입부터 빽빽하다. 하얀 줄기가 곧게 뻗어 있고 파릇파릇한 나뭇잎과 파란 하늘이 대비를 이룬다. 나무줄기에 누가 분가루를 칠한 것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 나무껍질은 손가락 사이로 으스러지듯 떨어진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시달인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환상의 세계를 접한다. 마스크는 벗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신비의 세계를 눈으로 감상하고, 가족과 친지, 연인 간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을 '이국적'이라고 한다. 수십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 이곳이 우리나라인지 외국인지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얀색의 묘미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가 보다.
      
영양 자작나무숲에 들어오면 바깥세상을 잊을 수 있다. 아니 잊지 않고 싶어도 바깥과 연결되지 않는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와 세상을 잊고 그저 자연을 즐기면 된다. 숲에 조성된 간이 의자와 쉼터에서 자작나무의 향기를 맡고 자연 바람을 안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자작나무숲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다. 곧게 뻗은 흰 줄기의 신비로움 때문인지 새순이 돋아나는 봄과 파릇파릇한 잎이 무성한 여름, 단풍나무와 어우러지는 가을 그리고 흰 눈으로 덮인 자작나무숲은 사계절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영양 자작나무숲은 이제 개발을 시작했다. 영양군은 진입로 주차장을 만들고 전기차를 도입하고, 산림청과 협의해서 자작나무숲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개발을 한다고 한다.

청정지역이자 육지속의 섬으로 불리는 영양군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도를 타고 청송군 진보면에서 들어가거나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를 타고 영덕으로 가다가 청송·영양 나들목(IC)에서 내려 진보 삼거리를 거쳐 영양읍으로 들어가면 된다. 솔직히 시간이 좀 걸린다. 대구를 예로 들면 죽파리 입구까지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하지만 청정의 고장 영양군에서 온종일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가 풍기는 이국의 정취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수비면 수하계곡을 찾아 계곡 물놀이를 즐기고 빛 공해 없는 까만 밤하늘을 감상하는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도 있다.
     
특히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는 17세기 석문 정영방 선생이 만든 '서석지'가 있다. 서석지는 우리나라 3대 민간 정원의 하나로, 담양 소쇄원과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유명하다. 서석지 연못에는 현재 연꽃이 한창이다. 분홍빛 연꽃을 바라보며 서석지 정자 '경당'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것도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다.
      
영양 자작나무숲: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573-1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227
서석지: 영양군 입암면 서석지1길 10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활엽수 뒤로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활엽수 뒤로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서석지, 담양 소쇄원·보길도 세연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 중 하나.
 서석지, 담양 소쇄원·보길도 세연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민간정원 중 하나.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서석지, 경당 정자는 석문 정영방 선생의 학문과 교육관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서석지, 경당 정자는 석문 정영방 선생의 학문과 교육관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영양군으로 떠나는 여행
 영양군으로 떠나는 여행
ⓒ 이호영

관련사진보기

 
 

태그:#영양 자작나무숲,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검마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좋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