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도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아 친일잔재 청산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헌' 윤봉길 의사 고장에서 국민복이라는 미명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복을 입은 사진을 걸어놨던 역대 읍면장은 퇴출시켰지만, 친일논란을 빚는 월전 장우성 화백이 그린 윤 의사 표준영정은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더욱이 친일정보는 제공하지 않은 채 조선총독부에 부역한 고관대작들을 칭송하는 비석들을 상징적인 공간인 군청 앞에 버젓이 세워놓은 것으로 드러나 '역사바로세우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충남도는 지난 3월 '충남도 친일잔재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해 1904년 러일전쟁부터 1945년 8월 해방 전후까지 ▲친일반민족행위 명단, 친일인명사전 등재 친일인물 ▲친일재산(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국가귀속결정 토지) ▲친일인물 관련 기념물·건축물(기념비(탑), 송덕비, 노래비 등)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친일인물은 출생자 115명과 출신자(본적자 포함) 88명 등 모두 203명이다. 이들 가운데 10여명의 도내 국가귀속결정 친일재산은 262필지 78만9612㎡(23만9276평)에 달한다. 공시지가로도 41억6411만5000원 규모다. 옛 신문기사와 시군향토지 등을 통해 추출한 친일인물 관련 기념물·건축물은 65건이다. 잔존은 56건, 9건은 멸(망)실됐다.
예산지역은 어떨까? 친일인물은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구체적으로(가나다순, 괄호안 창씨명, 친일직업) ▲김원선(군수) ▲김유제(경학원 사성) ▲방인근(方山春海, 소설가·시인) ▲이만준(牧山萬濬, 판사) ▲이영택(松本仲司, 군수) ▲이원창(駒城秀康, 군수) ▲이윤영(月城榮一, 군수) ▲이종덕(江本鍾悳, 중추원 참의) ▲임숙재(豊川淑宰, 조선임전보국단 부인대 지도위원) ▲정낙용(남작) ▲정두화(남작) ▲정주영(남작)이다.
국가귀속결정 친일재산은 ▲이종덕-1필지 7584㎡(공주·아산시) ▲정두화-10필지 1만5093㎡(공주시, 대술·신양면) ▲정주영-7필지 5만6906㎡(서천군, 신양면) 3명의 전답·임야·도로 등 18필지 7만9583㎡(2만4116평)에 이른다.
친일인물 관련 기념물·건축물은 ▲정낙용 상공 영세불망비(군청앞 비석군) ▲정주영 관찰사 청덕선정비(군청앞 비석군)·상서 유혜기념비(대흥의좋은형제공원 비석거리) ▲이건하(대한제국기 중추원 찬의 등을 지낸 경기도 광주 출신 친일반민족행위자) 관찰사 영세불망비·순상 거사비(대흥의좋은형제공원 비석거리) 5건과 멸실 3건을 합쳐 8건이다.
놀라운 점은 정낙용·정주영 부자의 영세불망비와 청덕선정비가 '백성을 자애롭게 여기고, 청렴하고, 고결하여 그 덕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설명과 함께 군청 앞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동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 추념식을 가진 평화의 소녀상과는 불과 200여미터 거리다.
정낙용은 일제가 1910년 10월 남작 작위, 1911년 1월 은사공채 2만5000원, 1912년 8월 한국병합기념장을 하사한 인물이다. 장남인 정주영은 작위를 승계해 1915년 9월 조선총독부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시정사업을 선전하기 위해 연 '시정5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 경성협찬회의' 특별회원으로 기부했다. 11월에는 '다이쇼천황 즉위기념 대례기념장'을 받았다.
이웃한 서산시의 경우 지난해 이종린문학기념비에 올바른 역사를 후세에 알리려는 목적이라며, 일제의 침략행위를 찬양하고, 징병·학병을 권하며 황민화운동, 내선일체운동에 적극참여한 친일행적기록비를 세웠다. 경기문화재단도 수원시 홍난파동상·노래비와 하남시 방규환기념비 등에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을 설치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기념물의 친일행적을 알릴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도는 "친일잔재 조사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등 '역사바로세우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