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기조와 인적 쇄신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특히 "인사 쇄신이라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선 안 된다"며 "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난 100일간의 소회와 성과를 보고하는 식으로 기자회견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분 동안 이어진 모두발언에는 그간 자신이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이뤘다는 자화자찬만 가득했을 뿐, 국정운영 기조를 점검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지 등을 구상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주요 내용 역시 주로 '반문재인 정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소주성 같은 잘못된 정책 폐기"... 성과도 결국 '반문'
"우선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경제기조를 철저하게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 경제 기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꿨다. 상식을 복원한 것이다."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전산업을 다시 살려냈다. 제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나토정상회의에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결과 해외에서 최근 우리 원전 발주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북 어민 강제북송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비롯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서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는 국정 전반에도 녹여 있다"며 그 핵심 사례로 민정수석실을 폐지,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휘하는 경찰국 신설한 것을 꼽았다. "국가 사정권력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포기하고 "법에 정해진 수사·감찰기구로 하여금 민주적 통제를 받으며 투명하게 그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대통령의 제왕적·초법적 권력을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 들어오게 했다"는 이유였다.
"민심 겸허히 받들겠다"면서도... 구체적 쇄신 약속은 없어
그러나 20분짜리 발언 어디에도 석 달 만에 곤두박질친 지지율, 연이은 인사실패 지적에 관한 사과 또는 쇄신 약속은 없었다. 자연스레 첫 질문자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스스로 어떻게 분석하는지, 이유를 세 가지만 꼽아 달라고 물었다. 취임 100일 만에 국정수행 부정평가의 급상승한 가장 큰 이유로 인사문제가 꼽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며 어떤 개선방안을 고민하냐는 질문도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지지율 하락 요인을) 세 가지로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며 "지지율 자체보다도 그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한 번 따져보겠다"고 했다. 또 "제가 이번 휴가를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 다시 다 되짚어 보면서 어떤 조직과 정책과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조금 전 답변으로 어느 정도 제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