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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즈 체니 미 공화당 하원의원의 경선 패배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리즈 체니 미 공화당 하원의원의 경선 패배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항했던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축출당했다.

체니 의원은 1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경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헤리엇 헤이지먼 후보에게 패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인 체니 의원은 작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 불복과 지지자들의 의회 폭등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반기를 들었다가 공화당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AP통신은 "체니 의원은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라며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체니 의원처럼 공개적으로 싸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전했다.

차기 대선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체니 의원을 '살생부'의 맨 위에 올려놓았고,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는 헤이지먼 후보를 내세워 체니 의원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살생부에 오른 10명 중 2명만 생존... '공화당 주류' 막 내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체니 의원을 포함해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10명을 이번 선거에서 축출해야 할 살생부에 올렸고, 이 가운데 2명만 경선에서 살아남고 나머지 8명은 탈락하거나 아예 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한 데다가,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이 오히려 지지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체니 의원은 이번 중간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고, 아버지 체니 전 부통령이 1978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와이오밍주에서 2대에 걸쳐 내려온 '공화당 주류' 체니 가문의 시대도 일단은 막을 내리게 됐다.

와이오밍주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70%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보수의 '텃밭'인 데다가 석탄·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청정 에너지 정책에 지역 유권자들의 반감이 크다.

체니 전 부통령도 딸의 TV 선거 광고에 출연해 "미국 역사에서 트럼프보다 나라에 더 큰 위협이 된 인물은 없었다"라며 "그는 유권자들의 거부를 무시하고 폭력과 거짓말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선을 훔치려고 했다"라고 비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체니 "전투의 새로운 시작"... 차기 대선 출마설

<뉴욕타임스> 이날 와이오밍주 경선 결과에 대해 "공화당이 부시 대통령-체니 부통령 시절의 전통적 보수주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만 지향적인(grievance-oriented)' 포퓰리즘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기를 든 10명의 공화당 의원을 축출해서 복수하겠다는 목표는 대체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AP통신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공화당 서열 3위이자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정치 가문 출신인 체니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라며 "이제 체니 의원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면 하원에서 쫓겨나게 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체니 의원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선 패배 확정 후 지지자들에게 "미국이라는 위대한 나라는 소셜미디어로 군중을 도발하는 사람이 이끌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패했으나, 오늘은 전투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미 정계에서는 체니 의원이 앞으로도 '트럼프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을 키워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즈 체니#도널드 트럼프#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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