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올해 9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전체가 학업성취도평가에 참여하도록 강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율이 아닌 '필수신청'을 명시한 공문이 학교에 전달되자 반발이 쏟아진다.
자율이라더니 필수? "줄세우기 경쟁 아냐" 해명했지만...
'학력 신장'을 내걸었던 하윤수 교육감은 취임 두 달을 맞아 관련 평가 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에 초6·중3·고2를 상대로 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문제는 단서 조항이 달랐단 점이다. 지난달 '희망신청'을 받겠다던 시 교육청은 갑자기 '필수'로 내용을 변경했다. 특성화고를 제외하고, 대상 학년의 학교 전부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변경 사유로는 교육감 공약 이행을 명시했다.
시 교육청은 시스템 문제로 연차적 시행을 계획했으나, 시범운영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전수 평가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결과가 당사자들에게만 공개돼 "줄세우기식 경쟁 부추기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원활한 진행을 위한 '학업성취도평가 바로알기' 설명회도 진행한다.
그러나 말만 자율일 뿐 사실상의 강제 평가에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강진희 부산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만 5세 초등입학이라는 근본 없는 정책으로 학부모를 분노케 하더니 이젠 학력평가까지 강요하고 있다"라며 "자율과 필수가 함께 있는 공문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고사와 같은 과거 낡은 정책을 부활시키는 것은 시대의 퇴행"이라고 꼬집었다.
시 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교육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력평가 확대를 공언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의무적 참여를 공식화한 상황이 아니다. 7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시행안내 매뉴얼 등 교육부 자료 등을 보면 '필수'라는 말은 빠져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에 "9월 6일 중3, 7일 고2 등 3% 표집 형태로 진행하는 국가수준 평가 외에는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원노조는 적극적인 대처를 시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는 "필수신청이 담긴 공문을 철회하라"라는 내용으로 최근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틀째 교육청 앞 1인시위에 들어갔다. 전교조는 "희망 학교만 시행하라는 지침에도 시 교육청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라고 보고 있다. 박용환 부산지부 정책실장은 "지금 학교 현장이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