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역대급'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에 나서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1인당 최대 2만 달러(약 2천700만 원)의 대학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연간 소득이 12만5천 달러(부부 합산 25만 달러) 미만 소득자의 경우 1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고, 저소득층 장학금 '펠 그랜트'(Pell Grant)를 받은 경우 2만 달러까지 탕감해주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학 졸업해도 대출 부담에 중산층 생활 어려워"
백악관은 최대 4300만 명이 혜택을 보고, 2천만 명은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탕감액의 90%가량은 연 소득 7만5천 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교육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티켓이지만, 지금은 너무 비싸졌다"라며 "학자금 대출 부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중산층 수준의 삶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최소 3천억 달러(약 400조 원)가 투입될 역대 최대 규모의 학자금 대출 탕감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젊은 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AP통신은 "이번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계층 간 평준화를 넘어 인종적 정의로 바라보고 있다"라며 "백인 학생보다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흑인 인권단체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 대표는 "1만 달러 탕감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라며 오히려 더 과감한 규모의 탕감을 요구했다.
공화당 "학자금 대출 사회주의" 비판
그러나 성실하게 대출을 갚았거나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으며, 가뜩이나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정책을 '학자금 대출 사회주의'라고 규정하며 "대학을 졸업하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엘리트들에게 정부 자금을 지원해주는 꼴"이라면서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군에 입대했거나 대출금을 다 갚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학자금 대출 탕감은 많은 고소득 가구에 불필요하게 수만 달러를 쥐어주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불길에 휘발유를 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나의 정책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내 계획이 책임감 있고 공정하다고 믿는다"라며 "(학자금 대출 탕감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책을 의회 동의를 얻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확정한 것을 두고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향후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