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간정부를 전복하고 이에 저항하는 대중시위와 무장저항 운동에 대한 유혈탄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8일 미얀마 사회단체 데이터 포 미얀마(Data For Myanmar)는 자체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2021년 2월 1일 쿠데타 이후 2022년 8월 25일까지 전국적으로 최소 674곳에서 방화를 저질러 가옥 2만8434채가 불탔고, 그중 사가잉(Sagaing)주에서 2만153채(70.8%)가 전소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집계결과를 발표했다.
단체는 "미 항공우주국(NASA)가 제공하는 화재관측위성(Fire Information for Resource Management System)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방화 장소를 확인하고 지역 구호단체와 인권단체, 시민군의 모니터링 결과를 교차해 피해를 집계한다"고 하며 "조사방식이 모든 현장상황을 추적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규모는 집계된 데이터를 상회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사가잉은 미얀마의 14개 주(State) 중 가장 큰 지역으로, 11개의 군, 36개의 구, 50개의 타운십(Township) 아래에 6000여 개의 마을이 있다. 인구는 약 5백만 명에 이른다.
사가잉주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유독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세달간 약 1만2500채 이상의 주택이 군부 병력의 방화로 전소되었으며, 이는 쿠데타 후 1년반 동안 입은 전체 방화 피해의 약 43%에 이른다.
가장 최근 보고된 군부의 사가잉주 방화 사례는 이달 26일 쭌흘라(Kyunhla) 지역 방화사건이다. 군부는 25일 쭌흘라 지역에 지상군 180여 명을 투입했다. 마을을 점령하고 하룻밤을 지낸 군부 병력은 다음날인 26일 새벽부터 민가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고 종일 이어진 방화로 민가 59채가 전소됐다.
군부는 민간인 학살도 자행했다. 26일 사가잉주 꺼니(Kani) 지역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민간인 7명이 군부 병력이 가한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살해당한 민간인의 시신은 도로 옆에 유기되었고 차량은 불탔다.
군부는 왜 사가잉을 표적으로 삼았나?
미얀마를 가로지르는 에야와디강(Irrawaddy river)의 중류를 기준으로 강의 북부에 위치한 내륙지역을 미얀마어로 어냐(anya)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어냐 지역이자 버마족의 문화·종교 중심지인 사가잉은 과거 1988년 민주화 운동부터 시민들이 정치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해왔으며, 지리적으로도 강한 군사력을 지닌 소수민족 지역 친(Chin)주와 까친(Kachin)주를 접하고 있다. 지역 내에는 산림이 우거진 구릉과 산악지형이 많아 사가잉주 곳곳에서는 시민군의 게릴라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얀마의 안보 문제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군부가 사가잉 농촌지역 상당수에서 군사적 제어력을 상실했으며, 시민군이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도 군사작전 없이는 사가잉 일부지역에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가잉은 과거 소수민족과의 분쟁 와중에도 전투없이 평화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군부도 지역군사령부 거점인 몽유와(Monywa)를 제외하고 지역 내 거점에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을 배치했고, 이는 군부가 사가잉주 전체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군부는 사가잉을 표적으로 삼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포를 심어 저항의지를 꺾고자 공습은 물론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시민군의 근거지가 될 수 있는 마을이나 부락 전체를 불태우고, 의심가는 지역 주민을 체포하거나 학살했다.
미얀마 안보 전문가는 "민주진영이 최초의 해방구가 사가잉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고, 시민군이 군세를 확장하는 상황은 군부에 커다란 악재"라고 하며 "이를 막기 위해 군부는 사가잉에서 더욱 더 잔혹한 폭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최진배는 페이스북 뉴스그룹이자 비영리단체인 '미얀마 투데이' 대표입니다(https://www.facebook.com/groups/1603092429887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