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주어진 직무와 의원총회의 결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신을 향한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오히려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을 겸하게 됐다. 권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했고, 당 비상대책위원 전원 동의를 받아 직무대행 자리에 올랐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가 여러 논란 끝에 내려놨던 그가, 다시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이 된 데 대해 '도로 권성동'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징계 심사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관련 기사:
5시간 의총 결론 "혼란은 '양두구육' 이준석 때문, 추가징계 요청").
그러나 주 비대위원장을 대신해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시 당의 키를 쥐는 데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의원총회 결과를 두고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고, 여러 중진의 공개 사퇴 요구도 터져 나왔다(관련 기사:
침묵하는 윤핵관, 반기 든 8인... 집권여당 '진짜 비상'). 심지어,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부정적인 메시지가 흘러나온다는 <중앙일보> 보도까지 있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내홍 수습을 위한 총대를 본인이 잡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한 적 없다... 1등 공신이지만 내각 참여도 포기"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27일, 장시간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 여러분의 총의를 모았다"라며 "현재 당이 비상상황이라는 것을 재확인했고 이에 따라 새 비대위 구성에 합의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석 달 가까이 혼란에 빠져 있다"라며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으로 촉발된 당 윤리위 징계와 비대위 출범,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 이로 인해 과열된 내부 갈등 등 많은 어려움이 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헌·당규 미비는 정치적 혼란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당헌·당규를 정비한 이후 새 비대위를 출범시켜야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끝으로 저의 거취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다"라며 "(그러나 저는)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직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건 혼란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저는 단 한 번도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다"라며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당 윤석열 후보 당선을 위해 저 스스로 사무총장직도 사임했다. 제가 자리에 연연했다면, 대선 1등 공신으로서 또 대선 기여자로서 인수위나 내각 참여를 요구할 수 있었지만 저는 그것도 일찍이 포기한 바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의총에서 밝혔듯, 원내대표로서의 제 거취는 새 비대위 구성 이후 제가 스스로 결정하겠다"라며 "당의 위기는 새 비대위 출범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추석 연휴 전에 새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앞서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 질문에 "의총 과정을 통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도 나오고 반대도 나온다"라며 "의원 다수의 뜻에 따라 결과가 나오면, 설사 자신의 뜻과 반대된다 하더라도 거기에 승복하는 것이 어떤 조직이나 단체 구성원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했다. "자기 뜻과 반대되는 의견이 결론이 됐다고 해서 그에 반발하는 것은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는 주장이었다.
비대위원, 사퇴 없이 전원 그대로...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 띄운다
이날 회의 뒤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양금희 원내대변인이 기자들 앞에 섰다. 박 대변인은 "현재 비대위는 법적 논란과 관계없이, 일단은 당의 책임을 지는 그룹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새 비대위가 구성될 때까지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회의를 진행한다"라며 "그리고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킬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비상상황을 정리하려면 당헌당규상 당대표가 있어야만 불가피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라며 "비대위원들 의견을 모아서 만장일치로 일단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서 새 비대위 출범 때까지 비대위를 꾸려 나간다고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앞서 엄태영 의원 등이 비대위원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이날 비대위에선 새 비대위 전까지 전원 자리를 지키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대변인들은 의원총회 절차에 대한 일각의 문제제기에 선을 그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관련해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의원총회 결과가) 당의 사실상 당론인 것처럼 결의문이라는 형식으로 나왔는데, 지금 우리 당 의원들 숫자가 한 120명 되면 최소한 120명의 과반, 당론이 되려면 그 3분의 2이상은 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의문 통과할 때 남은 사람이 60여 명"이라며 "사실 60여 명 박수로 통과되기는 했다. 60여 명 중에 과반은 찬성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30~40명 정도 수준인데 그걸 당론으로 할 수 있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당론이라기엔) 굉장히 무리"라며 "이 결의문 채택하는 과정도 민주적이지는 못하다"라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하 의원의 이 주장에 대해 "지금 당의 안정, 국민 신뢰회복, 조속한 새로운 체제 등 충정을 위해 하신 말씀이라고 이해를 한다"면서도 "지금 현재 불가피하게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의총을 거기서 중단하고 다시 열 수는 없는 문제였잖느냐"라며 "마지막 의총 결의문이 채택될 때의 참석 의원은 86명"이라고도 숫자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