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쌀값에 농민들의 곡(哭)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의라도 하듯 농민들은 쌀을 길바닥에 쏟아 버렸다.
산지 쌀값 동향을 보면 최근 5년간 최고‧최저를 제외한 3년 평균 가격이 4만 9045원(20kg)이었다. 연도별 수확기(10~12월) 평균 쌀값 현황을 보면, 2017년 3만 8303원, 2018년 4만 8392원, 2020년 5만 4121원, 2021년 5만 1254원이었다.
올해 들어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은 매월 5일, 15일, 25일을 기준일로 한 달에 세 차례 산지 쌀값 조사를 해오고 있다.
8월 5일 4만 3093원이었던 쌀값은 15일에는 4만 2522원(-1.3%), 25일에는 4만 1836원(-1.6%)로 떨어졌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더 크게 떨어졌다. 2021년 8월 25일에는 5만 5630원이었고, 2020년 8월 25일에는 4만 7968원, 2019년 8월 25일에 4만 7035원이었다.
함안농민회에서 활동 중인 빈지태 전 경남도의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쌀값 하락은 여러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남아 있는 쌀도 많은데 수입쌀까지 들어오면서 소비보다 생산량이 넘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쌀 40만 8000톤이 들어온 것이다.
그는 "원래 쌀변동직불제라고 해서 기준 가격을 정해 놓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쌀값 안정을 위해 일정 분량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시켜야 하는데, 이걸 제때 하지 못하고 분량도 적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런데다가 수입쌀이 들어오고, 정부미도 풀리면서 쌀값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고미, 정부가 전량 책임져라"
마을이장들은 한 목소리를 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 함안지역 마을이장협의회는 29일 함안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1년 재고미 정부가 전량 책임지고, 쌀 대란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장들은 "쌀 대란 원인은 정부의 늑장 대응과 40만 8천 톤의 수입쌀 때문이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2021년 재고미를 전량 수매하고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 수확기 쌀 수급 대책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고 쌀값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쌀값 폭락의 진짜 주범, 쌀 수입 전면 중단하라", "국익을 해치고 식량주권 위협하는 WTO 쌀 협상 당장 폐기하라", "양곡관리법은 실패했고 쌀변동직불제 다시 시행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밖에도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30일 낸 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쌀값 폭락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쌀 수확기 대책과 농업생산비 보전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후재난으로 농작물 자연재해 피해도 커 농가소득 감소는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밥상물가 잡는다며 농민만 잡고 있으면 농민들은 살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지금이라도 살농정책을 멈추지 않으면 생존권이 달린 농민들의 트랙터는 논밭이 아닌 아스팔트 위를 내달릴 것"이라며 "진보당은 농민들이 생산비 보전, 쌀값 보장, 생존권 사수하는 그날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9일, 농민들은 서울역에서 '농가경영 불안 해소 대책 마련 촉구 농민 총궐기 대회',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무대책 무책임 윤석열 정부 농정 규탄 농민의길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