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북상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힌남노의 영향으로 이미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고 있으며, 5~6일 사이에는 '역대급' 강도로 한반도를 통과할 수 있으니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내일 오전 다시 '초강력'... 성장 방해요소 없어
힌남노는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390㎞ 해상에서 북상 중이다. 현재 강도는 '매우 강'인데 북진하면서 힘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은 세력을 유지하고 일본 쪽 북태평양고기압은 세력이 축소돼 힌남노가 지나갈 길을 열어줬다. 힌남노 경로상 바다 열에너지는 태풍이 발달하기 충분한 수준보다 20%는 많은 상황이다.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공급되는 수증기도 힌남노가 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
태풍이 성장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건조한 대기 상층 제트기류는 현재 한반도 중북부와 중국 만주 쪽을 지나 힌남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작다. 대기 상하층 풍향·풍속 차는 작아 태풍 수직구조를 깨뜨릴 여지도 적다.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할 요소는 없다고 분석된다.
기상청이 4일 오후 4시 내놓은 예보를 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3시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480㎞ 해상에 이르겠는데 이때 강도가 '초강력'이겠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초강력은 최대풍속이 '54㎧(시속 194㎞) 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매우 강'은 최대풍속이 '44㎧(시속 158㎞) 이상 54㎧(시속 194㎞) 미만'인 경우다.
5일 오후 3시 힌남노가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340㎞ 해상에 도달했을 때 강도는 '매우 강'으로 다소 약화하겠다. 이는 '초강력'일 때에 견줘 위력이 약해졌다는 것이지 약한 태풍이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3시 서귀포시 동북동쪽 50㎞ 해상을 지나겠다. 이때도 강도가 '매우 강'이겠다.
서귀포시를 스치듯 지난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 강도가 '강'인 상태에서 부산 북북서쪽 20㎞ 지점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50hPa과 43㎧로 전망된다. 전망대로라면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한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59년 사라와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 국내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중심기압 최저치가 각각 951.5hPa와 954hPa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적이다.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륙 시 강풍반경(바람이 초속 15㎧ 이상으로 부는 구역)에 서울 등 수도권 북서부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이 포함되겠다. 영남과 전남은 폭풍반경(바람이 초속 25㎧ 이상으로 부는 구역)에 들겠다. 힌남도 경로에 대한 각국 기상당국과 수치예모보델 예상은 대체로 일치한다.
다만 태풍도 자연현상인 만큼 예상이 수정되거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힌남노가 한반도를 스치지 않고 대한해협을 지나갈 가능성과, 현 예상보다 서쪽에 상륙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모두 남았다. 다만 어느 경우든 국내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최악을 상정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기상청은 "힌남노 경로에 대해 200㎞ 정도 변동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힌남노 경로가 비교적 명확해지는 시점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북위 30도선을 넘는 시점'이 되겠다. 힌남노는 5일 오전 중 북위 30도를 넘어서겠다.
6일까지 '정말 많은 비'... 최고 10m 물결, '폭풍해일' 가능성
4일 제주·동해안·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등 힌남노는 이미 국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제주 서남부 해안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150㎜ 안팎 비가 내렸다. 지난 1일부터 누적 강수량은 제주 대부분 지역이 150㎜가 넘으며 제주산지에는 300㎜ 넘게 비가 쏟아졌다.
현재 비는 서쪽에서 접근해온 기압골과 힌남노 및 북태평양고기압이 끌어올린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해 내리고 있다.
5일엔 두 공기 충돌지점이 중부지방이 되겠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지면을 향해서 침강하고 침강한 공기를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타고 오르면서 대기 전(全)층에 구름이 만들어지겠다.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에 전부 구름이 만들어지면 대기 중 수증기가 전부 비로 바뀌어 내릴 수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처럼 공기들이 만나 형성되는 비구름대에 힌남노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더해지면서 정말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다. 힌남노는 공기들이 만나 형성된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도 한다.
기상청은 6일까지 전국에 100~300㎜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형의 영향이 더해지는 제주산지에는 6일까지 강수량이 600㎜를 넘을 수 있다. 경기북부·강원영서북부·남해안·경상동해안·제주·지리산 부근·울릉도·독도는 강수량이 400㎜ 이상에 달하겠다. 강수 강도를 보면 4일 밤 제주에 시간당 50㎜ 내외, 수도권과 전남해안에 시간당 20~30㎜ 내외 비가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하고 쏟아지겠다.
5일에는 수도권·강원영서중부·강원영서북부·충남북부·남해안·제주에 시간당 50~100㎜ 이상 비가 퍼부을 때가 있겠다.
6일에는 전국에 시간당 50~100㎜ 강도로 비가 오겠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와 비슷하게 비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기록적 강풍'도 예상된다. 5일 밤부터 6일까지 제주·전남남해안·경남해안·울릉도·독도에 순간최대풍속이 40~60㎧인 '초강풍'이 불겠다. 국내 순간최대풍속 최고치 기록은 2006년 10월 23일 강원 속초시에서 측정된 63.7㎧이다. 2위는 2003년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 60㎧(제주·고산)이다. 이 기록들을 넘는 바람이 이번에 불 수 있다.
경북동해안·강원영동·전남서해안 순간최대풍속은 30~40㎧, 이외 남부지방과 충청 20~30㎧, 수도권과 강원영서 15~20㎧로 예상된다.
힌남노는 하필 해수면 높이가 높아지는 시점에 국내에 접근한다. 해수면 높이가 가뜩이나 높은데 힌남노가 해수면을 더 높이고 힌남노 경로 인근으로 높이가 최대 10m 높은 물결까지 일면서 5~6일 만조시간대 제주·남해안·울릉도·독도를 중심으로 폭풍해일경보가 발령될 수 있겠다.
제주해상과 남해상엔 4일부터 바람이 14~45㎧(시속 50~160㎞)로 불고 물결이 3~8m 이상으로 높게 일겠다. 서해남부남쪽먼바다엔 5일부터, 동해상엔 6일부터 이러한 상황이 펼쳐지겠다. 5일부터 6일 오전까지 제주해상·남해상·동해상엔 물결 높이가 최대 10m를 넘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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