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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무개씨(23, 여)는 PC방 아르바이트 면접을 지원하려다 뜻밖의 안내를 받았다. 알바를 하려면, '치마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저희 매장 규칙 중 하나가 치마 착용(롱치마 제외)이라서 혹시 근무하시면서 착용이 가능하실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씨는 PC방 측에 "왜 치마를 착용해야 하냐"라고 물었다. "사모님이 정한 강경한 규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가 지원한 업장은 서울 남영역 인근에 있는 PC방. 그는 "도대체 PC방에서 치마 착용을 강요하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황당하다"라며 "이곳에서는 일할 수 없을 거 같아 면접도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일자리 중개 사이트에 올라온 해당 PC방 구인글에는 아르바이트생 모집 조건에 '유니폼 하의 지급(필수착용)'이라 명시돼 있었다.
 
 면접 지원을 한 박아무개씨에게 PC방 관계자가 보낸 문자다.
면접 지원을 한 박아무개씨에게 PC방 관계자가 보낸 문자다. ⓒ 최윤희
 
지난 7일 오후 2시, 해당 PC방에 직접 방문했다. PC방에는 총 1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방문했을 당시 36명의 손님이 있었다. 이중 남자 손님은 34명, 여자 손님은 2명이었다. 마침 여성 알바생의 근무 시간대라 '왜 짧은 치마를 입고 일하는 것인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이에 이 알바생은 "치마를 입는 이유는 모르겠다. 사장님이 정하신 규정"이라며 "일이 힘들지 않아 불편한 점은 딱히 없다"라고 말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묻자 "낮 시간대에는 손님 응대와 음식 만들기를 하고, 야간에는 청소도 한다"라고 답했다.

추가로 치마 착용과 관련해 "집에 치마가 있다면 가져와서 입어도 된다. 그러나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는 올라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PC방에서 지급되는 치마 유니폼은 교복을 연상하는 체크무늬에 매우 짧은 길이였다. 

교대 시간에 맞춰 출근한 남성 알바생은 추리닝 바지에 편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옷을 갈아 입을 필요 없이 바로 카운터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 반면, 여성 알바생은 퇴근을 위해 창고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갈아입고 나온 옷은 긴 추리닝 바지였다.

"긴 치마면 몰라도 짧은 건 정말..."

해당 PC방을 이용했던 손님에 따르면, 알바생의 '짧은 치마' 착용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학교 근처라 이 PC방을 이용해 왔다는 손님 윤아무개씨(23, 남)는 "2016년부터 이 PC방을 이용했는데, 항상 여성 알바생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라며 "반면 남성 알바생은 평범한 복장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 홍아무개씨(23, 남)는 "방문 당시 짧은 교복 치마와 교복 상의가 유니폼이었다"라고 말했다.

PC방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여성 이아무개씨(24, 여)는 '짧은 치마 복장 규정'에 대해 "PC방 알바의 주 업무가 청소와 요리인데, 청소할 때 신경이 많이 쓰일거 같다"라며 "긴 치마면 몰라도 짧은 건 너무 불편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치마 착용이 근무 조건이 됐을까. PC방 관계자는 "그냥 유니폼인데 그것이 치마일 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답했다. '남성 알바생도 유니폼을 입냐'고 묻자 "남성 알바생은 유니폼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자리 중개 사이트가 인증한 바에 따르면 해당 PC방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수료했다.

#PC방#아르바이트#알바#치마#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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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담긴 기사를 작성하는 최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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