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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조현병에 대한 언론의 선정 보도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초래한다.
편견조현병에 대한 언론의 선정 보도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초래한다. ⓒ 픽사베이
 
조현병은 과거에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정신질환이다. 질환명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장벽을 낮추기 위해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가 불협화음을 내듯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의미의 '조현병'으로 2012년 병명개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조현병 환자를 향한 낙인과 편견은 여전히 심하다.

특히 조현병에 대한 언론의 선정 보도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초래한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조현병회복협회 '심지회'는 같은해 6월부터 10월까지 주요 방송사 뉴스·시사 콘텐츠,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모니터링했다.

당시 이들은 "조현병 환자 '사이코패스' 성향 막으려면…",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조현병 환자", "조현병 환자 흉기난동…3명 부상" 등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언론 보도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은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강은 기자, "조현병 '잔재적 범죄가' 낙인찍는 뉴스 그만"…인권위, 정신장애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2021.12.02. 경향신문).

정신질환명과 사건을 자극적으로 엮은 제목의 기사들이 조현병 환자를 사회의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경남 진주 방화·살인사건 당시 피의자 안씨가 과거 조현병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조현병 환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조현병 범죄율 왜 높은가? 공적 시스템의 부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유병률은 1%인 반면 전체 범죄 중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사건의 비율은 0.04%다.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환자들은 더욱 안전하며, 다만 치료 방치 등으로 자·타해 위험성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을 때 공적 개입이 이뤄지지 못하면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조현병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관리가 되지 않은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사단법인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위원장의 <조현병 환자 가족이 본 정신건강복지제도의 안전상 문제점 및 개선안> 자료에 따르면 강력범죄율만을 따져보면 조현병 환자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월 법무부 등이 치료감호소 수용자 1052명의 의 병명을 분석한 결과 조현병이 529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김영희 정책위원장은 "조현병환자의 치료 유무에 따른 강력범죄율 차이는 매우 클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현병이 심해져 실제 범죄 행위로 이어지기 전에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하면 자.타해 위험이 명백한 환자라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외에는 환자 상태와 치료필요성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 때문에 출동 현장에서 소방·경찰이 개입하는 데 민원발생 및 소송의 우려 등으로 소극적인 대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명백한 재발 경고 징후가 나타나면 준정신과적 응급으로 판단해 설령 환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정신과 전문의 판단으로 '공적이송을 통한 비자의 치료'가 시행될 수 있어야한다"며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경찰과 함께 출동하거나 실시간 정보 공유 등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비정신전문가인 경찰/소방의 민원 및 소송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조현병 범죄율 및 그로인한 정신질환 자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를 지원하는 데 국가 및 지역사회에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회복이 가능한 환자들이 사회에 재적응 하는 데 장벽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적개입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조현병은 왜 발병하는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명시된 조현병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긴장증 또는 ▲명백하게 비정상적인 정신운동 행동 ▲비사회성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최소한 한 달 지속되거나, 이 증상들과 함께 업무, 대인 관계, 자기를 돌보는 기능의 상당한 저하가 최소 6개월 지속되어야 한다. 단, 주요우울증 또는 조증 증상들이 조현병 증상과 나란히 나타나는 조현정동장애의 기준과 물질 남용으로 초래한 정신증 증상들은 배제한다.

조현병은 다양한 요인들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것은 생물학적·유전적 요인이다. 하지만 조현병은 가족력이 없이도 발병하고, 가족력이 있더라도 생기지 않는 때가 훨씬 많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을 앓을 경우 자녀의 조현병 발병 확률은 약 1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뇌 속 도파민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활성 변화로 조현병 증상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신뢰 받고 있다.

정신질환은 특성이 아닌 상태일 뿐, 꾸준한 치료 필요

정신질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한 번 걸리면 영원히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한겨레> 토요판 '은유의 연결'에 실린 은유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정신질환은 개인의 특성(trait)이 아니라 상태(state)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태는 언제든지 바뀝니다.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병 자체에서 오는 증상들을 잘 조절할 수 있으면 상태는 바뀌죠. 질병이 없는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 잘 살 수 있죠"라고 말하며 심각한 정신질환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묻지마 범죄 표현부터 잘못" 국립 정신건강센터장의 정곡>, 2020.01.04, 한겨레 토요판 '은유의 연결').

조현병 역시 상태일 뿐 기질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조현병의 의료적 치료는 항정신병약물, 입원 등으로 이뤄지는데,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으며 잘 관리할 경우 개선될 수 있다. 대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를 섣불리 중단하는 경우 재발 또는 악화될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조현병도 단기간의 치료로 완치되지는 않으며 장기적인 자기관리와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더욱 구석으로 몰아내는 차별과 낙인

문제는 상당수의 조현병 환자가 병원에 가기를 망설인다는 점이다. 사회적 편견이 강하다보니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발병 사실을 알리기 꺼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버티다보면 증세가 악화하고, 치료 후 회복 또한 더뎌진다. 하지만 사회적인 낙인 때문에 대학병원을 제외한 웬만한 정신과 치료 기관들은 주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현병 발병 후 12주 이내 치료를 권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은 발병 후 치료까지 약 56주가 걸리는 걸로 드러났다. 아예 진단조차 받지 않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은 전 세계 인구의 1%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12만971명에 불과하다. 진료를 받지 않는 인원이 많아 실제로는 51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한편,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재활 노력과 인프라 확충은 과거보다 늘어났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장애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사회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한다. 때문에 많은 조현병 당사자들은 정신의료기관 등에 속해 살거나 일용직 및 공공일자리 등을 전전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조현병 환자가 외부의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환자를 소외시키고 사회생활에서 격리시킨다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족과 사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쏘아올린 질문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는 소음에 민감해 헤드폰을 쓰고 출근한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우영우는 소음에 민감해 헤드폰을 쓰고 출근한다. ⓒ 사진제공=ENA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당사자인 주인공이 법정과 로펌을 배경으로 비장애인과 어울려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

우영우는 자폐인으로서 자폐가 있는 의뢰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선배 변호사에게 우영우는 이렇게 답한다.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미국의 사회인류학자 로이 리처드 그린커는 자신의 책 <정상은 없다>(메멘토)에 이렇게 썼다.

"인간의 차이를 뚜렷이 구분되는 별개의 질환들로 나누는 것은 색의 스펙트럼을 뚜렷이 구분되는 별개의 색들로 나누는 것과 같다. 우리가 대개 노란색과 주황색을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노란색이 끝나고 주황색이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현병처럼 심각한 질환도 입원이 필요한 환자부터 전문 분야에서 직업적 활동을 하는 유명인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드라마에는 우영우를 믿고 중요한 사건을 맡기는 선배 변호사와, 우영우를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는 오랜 친구, 그리고 우영우가 '봄날의 햇살'이라고 말하는 로스쿨 동기 등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영우를 시혜 혹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협력하는 동료로 대한다. 이런 사람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장애학자들과 장애 운동가들은 오랫동안 '장애를 만드는 것은 사회'라고 외쳐 왔다. 영우가 통과하기 힘들어 했던 '회전문'처럼 교정되어야 할 것은 비장애인만을 기준으로 구성된 사회와 각종 제도와 공간과 관계라는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과 다르다고 하지만, 여러 형태의 장애를 지닌 개인을 대하는 동료 시민들의 가치관과 태도가 바뀐다면 우리 사회의 모습도 분명 달라지지 않을까. 조현병 당사자들이 자신의 병을 감출 필요가 없는 사회로, 아파도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점점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blog.naver.com/msa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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