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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심 유소정 한국민화진흥협회 서산지부장
.청심 유소정 한국민화진흥협회 서산지부장 ⓒ 최미향

그녀는 현재 민화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민화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배우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고자 모사한 작품들을 따로 작업을 거쳐 학생들 수업자료로 활용한다. 그녀는 한국채색화가다.

지난 25일, 대학과 대학원 모두 한국회화를 전공한 한국민화진흥협회 청심(淸心) 유소정 서산지부장을 만나 민화에 대한 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세련되게 예쁘게 장식적으로'예요. 제 그림이 중요한 공간에 걸어놓고 싶은 그림인지, 행복감과 밝은 기분을 주는지를 먼저 고민하죠. 제 그림을 소장하시는 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거든요."

동양화를 그린 어머니... "청년 시절은 고단해" 
 
 1991년 봉숭아꽃 앞에서 미술을 전공한 여동생과 함께
1991년 봉숭아꽃 앞에서 미술을 전공한 여동생과 함께 ⓒ 최미향

-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자연이 주를 이루는데요. 자연과 함께 살아오신 작가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린시절, 시골 외가댁에 자주 가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들, 나무와 꽃들을 자주 만났어요. 아마도 어린시절 관심 있었던 자연과 생명체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종이와 색연필만 있으면 혼자서 몇 시간이고 자연을 바라보며 그림 그리고, 만들고. 정말 잘 놀았다고 해요. 미술에 관련된 책도 참 많이 읽었죠.

그때 본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르누아르 그림과 함께 바로크시대 인물을 그린 유화였어요. 제 눈엔 공주들 같아 좋았어요. 동양화 화집에서는 근현대 작가인 이철주 작가, 이양원 작가, 홍순주 작가, 이숙자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굉장히 감명을 받기도 했고요. 중국 작가 화집에서는 유계유의 호랑이 그림, 서비홍의 인물화, 호니엔아오 군마도를 보고 저도 언젠가 저런 동물화를 그려봐야겠단 생각도 했죠."
 
 20대 때 작업실에서
20대 때 작업실에서 ⓒ 최미향

- 고교시절 전국대회에서 수상을 휩쓸었고, 특히 안견미술대전에서는 전체 대상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특별히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계기라기 보다는 집안 분위기 자체가 그랬어요. 어머니가 동양화를 하셨죠. 그림, 민화, 도자기, 연적, 고가구들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기 때문에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저도 모르게 어릴 때부터 알게 된 거죠. 집안에 있는 미술관련 화집이나 도서, 먹, 물감, 벼루 등이 제겐 너무나 친숙했답니다.

재밌게도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주부들이나 작가들이 다니는 서산전화국 근처 지당화실로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다녔어요. 1994년인가 1995년도부터 입시미술을 하기 전까지요. 지금도 큰 전지에 쓱쓱 먹물과 하얀 물감인 '호분'으로 지당 선생님이 그리시는 매화가 생각나요. 또 사과랑 이것저것 정물들을 바구니에 모아서 수묵담채를 배웠던 기억도요. 10대 시절에는 먹의 사용과 필법, 수묵담채화를 많이 연습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문인화로 유명하신 김무호 선생님께 사사받았고요."
 
 20대 때 작업실에서
20대 때 작업실에서 ⓒ 최미향
 
- 청년 시절로 돌아가 보면 작가님의 그때는 어땠을까요?
"대학 졸업 전에 고려시대 불화, 조선시대 그림들을 초기, 중기, 말기로 해서 중요하다고 지정된 문화재들을 그려보고 싶어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그림의 제작된 시기의 바탕재는 비단일까 삼베일까?'를 고민했고, 안료는 어떤 걸 썼으며 기법은 또 어떻게 표현했는지를요. 손상이 많이 된 작품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녀가서 그림 그린 작가를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그림들도 있었죠. 결국 작게라도 산수, 초상화, 민화, 조선 불화를 거의 원본과 유사하게 그려낼 수 있었죠. 저의 청년시절은 참 고단했던 것 같아요(웃음)."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 최미향

"시행착오 겪지만... 자연이 내게 영감을 줘"

-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요?
"삼청동 쪽에서 큐레이터를 했어요. 그곳은 대관 전시가 아닌 100% 기획전시만 하는 곳이었죠. 신진작가보다는 원로작가나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작가들만 초대전을 열어주는 화랑이었고요. 저는 전시 서문에 평론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전시할 작가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 작업의 과정, 재료나 기법, 왜 이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등을 듣고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때가 개인적으로도, 작품을 하는 학생 관점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었어요."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 최미향

- 작품을 하시면서 특별히 힘든 일은 어떤 것일까요?
"무엇보다 체력이 힘들어요.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넘치는데 실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죠. 요즘에는 또 자개를 갈아서 주름질 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잖아요. 한땀 한땀 장인정신이 이런 거구나 느낍니다. 자개를 펄 물감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있는데요. 예쁘긴 하지만 실제 자개보다 광택과 화려함은 실제만 못해서 저는 직접 붙여요. 몇 개 실험작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개인전 나비병풍 앞에서
개인전 나비병풍 앞에서 ⓒ 최미향
 
- 작품세계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꽃, 달, 해, 새, 바다 등이 제게 영감을 주지요. 특히 해보다 여성스럽고 우아한 달을 좋아해요. 환히 비춘 보름달을 보면 영감이 막 떠올라요.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달을 보고 느낀 감흥을 전통재료인 한지와 비단 위에 표현해 봤어요. 달밤에 핀 모란꽃, 달밤에 날아가는 나비,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마치 금박을 붙여 놓은 것 같은 작품이었죠.

한지와 비단은 제가 작품에 주로 사용하는 소재들이에요. 이처럼 항상 재료에 관해서도 연구하는데 시도하다 보면 머릿속 예상보다 잘 나오지 않은 작품도 있어 때때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해요. 금을 사용하는데 어울리는 소재를 찾다가 옻칠을 다루게 되기도 했고요. 옻칠을 하다 보니 자개를 사용하게 됐어요. 이렇듯 작품을 하다 보면 연상되어 또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들이 많아요. 다음 개인전에는 옻칠과 자개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 최미향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장인정신이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저는 저만의 길을 갈 거예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내 길을 따라가면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림 빼면 시체예요(웃음). 죽을 때까지 그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행복하지 않겠어요? 작품을 하려면 항상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야 하니까요.

저의 작업 목표는 전통회화의 재료와 공예적인 재료 두 사이에 세련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국적인 재료를 고집하고 싶어요. 저 같은 젊은 세대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다차원적으로 균형을 이뤄준다면 한국화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淸心 유소정 작가 작품 ⓒ 최미향
 
 淸心 유소정 작가
淸心 유소정 작가 ⓒ 최미향
 
 청심회 창립 전 사진
청심회 창립 전 사진 ⓒ 최미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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