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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선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선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연방 편입을 결정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와 합병한다고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각) "새로운 영토를 러시아로 합병하는 조약 체결식이 30일 크렘린궁에서 열릴 것"이라며 "이 자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다"라고 알렸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주에서 독립을 선포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은 최근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별로 87~99%이라는 압도적 찬성을 보이며 러시아 편입을 가결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15%에 달하는 이들 4개 지역의 친러 성향 지도부는 조약 체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집결한 상태다. 조약이 체결되면 러시아 상·하원 비준 동의, 푸틴 대통령 최종 서명 등의 과정을 거쳐 합병이 완료될 예정이다. 

강제투표 등 이전과 '판박이'... 젤렌스키 "대응 가혹할 것"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고 해방시키겠다는 명목의 '특별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는 일부 주민들을 강제로 참여시키고, 투표함이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져 논란이 일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쓸모없는 주민투표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라며 "우리의 대응은 매우 가혹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러시아는 2014년에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침공한 뒤에도 현지 주민들의 찬성 투표를 내세워 강제 병합을 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의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의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를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서방 국가들은 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체코의 얀 리파브스키 외무장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정당성 없는 절차에 기반한 일방적인 합병을 거부한다"라고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가 벌인 '가짜 주민투표'는, 어떤 정당성도 없고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해당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에 나서면 더 많은 경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군 동원령' 러시아... 국외 탈출 행렬 '혼란'도

한편,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 동원령을 선언한 이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가 시민들이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대거 탈출하는 등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학생, 고령자 등 동원 대상이 아닌 시민에게 소집 영장을 보냈다가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영국 국방부는 "군 동원령을 피해 국외로 탈출하는 사람 중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고학력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라며 "이들이 떠나면서 러시아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군 동원령으로 혼란에 빠진 국내 여론을 다시 결집하기 위해 서둘러 영토 합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블라디미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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