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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성이 일상 곳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동이나 여성을 향해 성기를 노출하고 음란 행위를 하는 성범죄 때문이다. 지금껏 이 범죄는 '바바리맨'이라 불리며 웃음거리로 소비되기도했지만,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를 세 차례에 걸쳐 다뤄본다. [편집자말]
빅카이즈 연관어 분석 시스템 기사와 연관성(가중치, 키워드 빈도수)이 높은 키워드들이다.
빅카이즈 연관어 분석 시스템기사와 연관성(가중치, 키워드 빈도수)이 높은 키워드들이다. ⓒ 최윤희
 
미디어가 성기 노출 범죄를 다룰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바바리맨'이다. 이는 연예, 오락프로그램만이 아닌 뉴스 기사도 마찬가지다. 

포털사이트에 지난 1년(2022.09.25.~2021.09.25.)동안 성기 노출 범죄를 다룬 기사 가운데 '바바리맨'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기사는 총 80개였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도 같은 기간 성기 노출 범죄자를 '바바리맨'이라 지칭한 기사를 검색해보니, 총 28건이었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니 범죄자의 특징을 바바리맨 앞에 적는 방식이 많이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30대 바바리맨', 'OO동 바바리맨', 'SNS 바바리맨', '학교 앞 바바리맨' 등이 그것이다. 범죄 상황을 묘사하며 "바바리맨이 출몰했다", "바바리맨이 나타났다" 등의 표현을 썼다.

기사 제목도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쏟아진 <'패딩 바바리맨' 20대 공무원 벌금형>, <"강풍에 옷 벌어져"… 신체 부위 노출 '패딩 바바리맨' 정체는 20대 공무원>, <"강풍에 노출" 주장한 '패딩 바바리맨' 20대 공무원, 벌금형> 등은 모두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다. 공연음란죄를 저지른 공무원이 범행 당시 노출된 하의 위 패딩 점퍼만 입었던 것을 이유로 '패딩 바바리맨'이라 지칭한 것이다. 이 외 그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바바리맨 공무원'이라고 적은 제목도 있었다. <"염증 때문에 속옷 안 입어" 바바리맨 공무원 황당 변명>이 해당 기사다. 

이는 성기 노출 범죄 자체보다 개인의 특징에 집중하도록 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우리는 이 범죄를 일명 '바바리맨'이라 부르며 코믹한 소재 정도로 생각하지, 성범죄라는 인식이 낮다"라며 "결국 이건 범죄라기보단 정신이상자에 의한 에피소드 정도에 머물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바바리코트를 입고 성기를 노출하는 남성 이미지는 오래전부터 개그의 단골 소재로 활용됐다. 2014년 SBS <웃찾사> 방송에서는 개그맨이 바바리코트를 입고 나와 "최근 취미 생활에 300만 원을 투자했다"라며 공연음란죄의 처벌로 내는 벌금을 '취미생활'로 그려 논란이 인 바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바바리맨'이란 단어가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라고 짚었다.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성기 노출 음란 행위는 명백한 성범죄이지만, 바바리맨은 과거 웃음거리로 소비됐던 표현"이라며 "몰카도 불법촬영물로 용어가 변경된 것처럼 '성기 노출 범죄' 등의 적확한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예쁘죠? 보고 가세요" 벤치서 음란행위한 30대 집행유예 (서울신문 2021.11.16.)
"예쁘죠? 보고 가세요"…길에서 바지 내린 바바리맨 '집유' (머니투데이 2021.11.16.)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다. '바지 내린 바바리맨'이 아닌 '음란 행위를 한 범죄자'가 적합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활짝', '훌러덩'..."범죄 묘사하며 선정적인 단어 사용"
 
 2021년 11월 15일 머니투데이에 실린 <“2개월간 학교 주변서 훌러덩…서래마을 '60대 바바리맨' 잡혔다”>
2021년 11월 15일 머니투데이에 실린 <“2개월간 학교 주변서 훌러덩…서래마을 '60대 바바리맨' 잡혔다”> ⓒ 화면캡처
 
<상의에 패딩만 입고 여성 향해 활짝.. 20대 바바리맨 체포>(머니투데이, 2022.03.02) 이 기사는 피의자가 여성 앞에서 겉옷을 열어젖힌 후 음란 행위를 한 사건을 다뤘다. 누군가에겐 트라우마로 남았는지도 모를 상황에 대해 '활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2개월간 학교 주변서 훌러덩…서래마을 '60대 바바리맨' 잡혔다>(머니투데이. 2021.11.15) 이 기사는 60대 남성이 약 2개월 동안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프랑스학교 주변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성기를 노출한 사건을 다룬 기사다. 기사는 '성기 노출'이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훌러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기사 속 사용된 사진도 범죄의 심각성을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

이에 대해 김동찬 정책위원장은 "범죄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가능하면 선정적인 표현은 지양해야 하는데, 해당 기사는 오히려 선정적인 단어를 찾아서 사용한 것 같다"라며 "사안 자체를 중요하게 다뤄야지, 주변 환경적인 부분만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삼가야 할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러한 보도로 인해 성기 노출 음란 행위의 범행을 사소하게 볼 여지가 있다"라며 "스토킹도 과거에는 언론에서 상당히 가볍게 다뤄졌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서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황하지 말고 그들을 비웃어라, 사진을 찍어라" 잘못된 해법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은 <바바리맨 만났을 때 여자 반응> 영상에서 여성이 성기를 노출한 남성을 보고 비웃거나 '오히려 좋다'라며 사진을 찍는 장면을 내보냈다. 몇몇 채널에서는 <바바리맨 대처법>이라며 '당황하지 말고 그들을 비웃어라, 사진을 찍어라'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결국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니가 조롱해라' 이건데, 그들이 언제 어떻게 공격적으로 변할지 모르는데 조롱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야동 순재'를 예로 들며 "과거 드라마에서 음란물을 보는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희화화했던 것도 포르노가 성범죄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성기 노출 범죄 역시 이런 인식이 없기에 여성이 소리 지르면서 도망가는 모습이나 불쾌해 하는 모습 등을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조사관은 "범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범죄 피해로 트라우마가 생기는 사람도 있고, 이것이 더 큰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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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범죄#바바리맨#성기 노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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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담긴 기사를 작성하는 최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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