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다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가 4일 오후 3시까지 질의 한 번 없이 연거푸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 XX' 영상 재상 문제가 논란거리였다.
이날 외교부 국감은 오전부터 시끌벅적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던 박진 장관의 출석여부를 두고 여야가 입씨름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해임안 통과' 박진 출석 놓고 난타전... 외통위원장, 발언권 주려다 포기 http://omn.kr/20zi8). 하지만 오후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질의에 앞서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질의에 사용할 영상 재생과 관련해 위원장님의 동의를 구한다"며 "다 공개된 윤 대통령 미국 순방 영상이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두번, 세번 자세히 들어봐달라고 했던 영상인데 못 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이 XX 영상' 재생 문제로 옥신각신
하지만 윤재옥 위원장은 "영상, 특히 음성이 방영되는 것에 대해선 여야 간사 간에 합의되면 제가 상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냐" "관례적으로 PPT든 영상이든 다 틀게 했다"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윤 위원장은 "대부분 본회의에 준해서 하되 여야 간사 간에 합의가 되고 위원장이 그 합의를 존중해 음성파일을 상영한 사례가 있지만, 원칙은 본회의에 준해서 상임위를 운영하게 돼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상민 의원 : "그런 건 과잉 규제다. 음성을 틀었다고 회의 진행에 방해가 될 게 뭐가 있나. 제한하는 규정이 어디있나."
우상호 의원 : "아니 전국민이, 500만 명이 들었는데 왜 여기서 못 튼다는 건가. 우리가 초선도 아니고 내가 국감이 11번째인데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틀었던 영상의 목소리는 다 헛것이었나."
급기야 직전 국회의장이었던 박병석 의원이 나섰다. 그는 "본회의장에선 영상을 틀 수 있으되 소리는 안 나지만 상임위에선 영상과 소리를 같이 트는 게 관례"라며 "(위원장께서) 그 전제 하에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선 박병석 전 의장 말씀대로 안 틀고 있지만, (상임위에서) 음성을 트는 부분은 여야 간에 합의되면 틀고, 합의 안 되면 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아예 "영상 내용도 사전에 영상을 봐서 아무 이상이 없으면 저희가 동의하겠다. 그러나 매우 부적절한 영상이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 말에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제가 하도 좀 어이없고 답답해서 의사진행발언 신청했다"며 "아니 의원의 의정활동과 국감활동을 여야 간사가 사전에 보고 틀겠다?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 말도 안 된다. 사과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결국 감사 중지... "세상에 이런 상임위가 있나"
윤 위원장은 일단 여야 간사에게 공을 넘긴 뒤 질의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첫 질의자인 김경협 의원 역시 준비해온 BBC 영상이 있었다. 이번에도 '음성'이 문제였다.
보다 못한 민주당 의원들은 "(질의)시간 중지하고 다시 해달라" "잠깐 중지하고, 이 문제 해결하고 가자"고 소리쳤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상임위마다 운영에 차이가 있어서 통상적으로 여야 간사 간에 합의되면 그렇게(재생)해왔다"며 "여야 간사 간에 협의해달라"고 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3선 이상 중진으로 다른 상임위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항의 수위도 거셌다.
이원욱 의원 : "위원장님! 회의 진행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아니 협의할 문제가 아니라니까!"
윤호중 의원 : "세상에 어느 상임위가 이런 상임위가 있나!"
우상호 의원 : "여기 다 상임위원장들 해본 사람들이다. (윤재옥 위원장을 향해) 영상 안 틀어준 상임위원장으로 남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의정활동을 제한할 의사는 추호도 없고,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협의해달라는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결국 그는 오후 2시 55분 또 다시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