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위협을 내세워 '방위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4일 정례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정보와 분석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집권 자민당에서는 반격 능력 정비를 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그는 "반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도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만나 일본의 국가안전보장 전략, 방위력 정비 등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방침을 호소했다.
기시다 총리 "억지력·대처력 강화가 최우선 사명"
일본은 아베 신조 내각 시절부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방위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평화헌법의 '전수방위(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 가능성 등으로 안보 위협이 높아진 것을 방위력 강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3일)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 북한 미사일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영토·영해·영공을 단호히 지켜내기 위해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방위력을 5년 이내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예산 규모의 파악과 재원의 확보를 강력히 추진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결론을 내겠다"라고 밝혔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7년 9월 15일 홋카이도 상공을 넘은 '화성12' 이후 5년 만이며, 이번이 총 일곱 번째다.
북한 미사일에 열차 멈춘 일본... 주민들 대피령 내리기도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에는 4일 오전 7시 27분쯤 위성을 통한 미사일 발사 정보 전달 시스템인 엠넷(Em-Net) 속보와 함께 전국순시경보시스템(제이얼럿, J-ALERT)이 발령됐다. 또한 방송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피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JR홋카이도가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고, 삿포로시도 지하철 운행을 잠시 중단했으며 도쿄 일부 지역에서는 신문사들이 호외를 발행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NHK 방송은 긴급 대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빈도가 예외적으로 늘어났다"라며 "지금까지는 모두 단거리였으나, 이날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상공을 넘는 등 도발의 수준을 올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기자들에게 "(일본 상공을 넘은 미사일 발사는) 최근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은 폭거로 강력히 비난한다"라며 "낙하물 등에 의한 피해 여부 확인, 철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관계국과의 연계를 지시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