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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준석 이퀄테이블 대표가 성수 제리백 팝업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문준석 이퀄테이블 대표가 성수 제리백 팝업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 이우영
 
"가장 소외되는 존재가 난민이라고 느꼈습니다."

지난 1일, 성수동에 위치한 '이퀄테이블'의 팝업 카페에서 만난 문준석 대표는 난민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이퀄테이블 창업 이전 그는 카페 '내일의커피' 사장이었다. 내일의커피는 소비자에게 '쓰지 않은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이자 바리스타를 꿈꾸는 아프리카 난민이 커피, 한국어 등을 배울 수 있는 직업학교의 역할을 했다.

2014년 개업한 내일의커피는 2020년, 7년간의 영업을 마무리하고 문을 닫았다. 매출도 괜찮았고, 운영상의 문제도 없었지만 문 대표는 카페 운영만으로는 이루고자 하는 미션에 다다르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내일의커피를 거쳐 새로운 곳에 취직한 난민분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어요. 직업학교 모델의 한계에 부딪힌 거죠. 결국 그들을 최대한 많이 고용할 수 있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퀄테이블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퀄테이블은 난민의 자립이라는 소셜 미션을 갖고 커피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존 내일의커피가 바리스타 육성에 그쳤다면, 이퀄테이블은 로스팅과 유통,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난민을 채용할 수 있게끔 확장성에 집중했다. 사내 카페를 위탁 운영하며 난민 바리스타의 일자리 또한 마련하고자 했다.

내일의커피에서 이퀄테이블로 변화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탄소'다. 일반적으로 커피 1kg을 만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무려 15kg. 이퀄테이블은 탄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탄소 저감 커피'를 제안한다. 탄소 중립 인증 농장의 커피를 친환경 로스팅 공장에서 가공하며, 향후 유통, 폐기물 등의 커피를 생산하는 전체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갈 계획이다.

"기후는 난민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기후 문제가 만드는 사막화나 기상이변 때문에 기후 난민이 발생하거든요. 2019년 기후 난민 수는 2390만명이라고 해요. 기온이 0.5도 올라가게 되면 앞으로 1억 명의 난민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기후 관련 기구의 예측도 있죠.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으로 나온 방향이 탄소 저감이었습니다."

탄소 저감 커피의 원두는 재배 과정에서 생두 1kg당 5.3kg만큼의 탄소를 흡수한다. 이퀄테이블은 이러한 원두를 기업에 유통하면서 해당 원두 사용으로 얼마큼의 탄소 감축에 기여했는지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들이 직접 환경에 기여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퀄테이블은 탄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탄소 저감 커피'를 제안한다.
이퀄테이블은 탄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탄소 저감 커피'를 제안한다. ⓒ 이우영
 
문 대표가 난민과 함께하게 된 첫 이야기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여러 난민을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그 또한 난민이 낯선 존재였기 때문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밝고 긍정적인 그들에게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국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요. 취약계층 범위에도 들어가지 못하죠. 이 친구들은 재능도 많고 에너지도 넘치는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세태에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이런 인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사회에도 큰 손해예요."

그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끔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난민과 그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필자 또한 내일의커피 운영 당시 한 명의 고객이었지만, 그곳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난민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곳에 방문하는 이유는 오로지 '커피가 맛있어서'였다.

"기본적으로 커피가 맛있어야 고객을 만날 수 있어요.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농장에서 받은 샘플로 충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소비자 반응도 여러 차례 확인합니다. 맛있는 커피를 즐기면서 동시에 의미도 챙길 수 있는 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이퀄테이블은 주말마다 성수 제리백 매장에서 팝업 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12월까지 운영되는 해당 팝업에서는 탄소저감 커피와 난민 바리스타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문 대표는 "많은 난민을 바리스타와 로스터로 육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계획"이라며 "소수자 친구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지속 가능한 커피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에게 난민은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닌,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는 친구이자 동료다. 그의 애정어린 마음은 난민과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이퀄테이블의 원동력이다.

#난민#탄소중립#커피#환경#이퀄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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